정치 통일·외교·안보

[새 시대 여는 일본] "꽉 막힌 韓日관계 서로 부담…文-아베 '톱다운 방식'이 해법"

<하> '한일관계 개선' 서경펠로·전문가 제언

韓정부 '강제징용공 판결' 무대응

日과 오해 키우고 혐한분위기 확산

불화 장기화땐 경제 피해 뻔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걸림돌

'레이와 시대' 맞아 화해 이슈 부각

내달 'G20 회의'가 정상회담 적기




지난 30여년간 일본의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이끈 아키히토(85) 일왕이 퇴위하면서 5월1일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렸다. 제125대 아키히토 일왕은 30일 도쿄 지요다의 고쿄(일왕이 사는 궁) 영빈관인 ‘마쓰노마’에서 마지막 퇴위 의식을 치렀다. 나루히토(59) 일왕의 즉위식은 1일 열린다. 이렇듯 일본이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한일관계는 양국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위태롭다. 서경 펠로(자문단) 및 일본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활성화라는 과제에 직면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본과의 불화는 적지 않은 부담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레이와 시대를 맞아 한두 달은 일본에서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를 담은 이슈가 집중될 가능성이 큰 만큼 양국 정상의 만남은 오는 6월28~29일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적기라고 꼽았다.

서경 펠로인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30일 “한일관계 악화를 해결하는 것은 간단하다. 강제징용공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빨리 방침을 발표하는 것”이라며 “사법부 판결은 계속 나오는데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으니 양국 사이에 오해만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아베 총리는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공 배상 판결 이후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우리 정부의 태도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면서 ‘한국이 일본을 무시하고 있다’는 일본 내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실제 ‘혐한’ 분위기는 재일 한국 기업들의 피해로 현실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일관계 악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국의 불화가 이어지면 한일 양국의 경제적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일관계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금융·산업 등 경제계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부품소재·장비, 이런 것을 아직 일본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주력산업인 전자 분야와 관련된 수입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양국 사이에 누적된 문제들로 일본의 대한(對韓) 직접투자는 지난 2014년 24억9,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3억달러로 급감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갈등비용과 함께 양국의 협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잃고 있어 기회비용도 더 커지는 형국”이라며 “한국이 잘하는 분야가 있고 일본이 잘하는 분야가 있는 만큼 양국이 이인삼각처럼 협력하면 해외시장 개척 등 훨씬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개선은 문 대통령이 총력전을 펼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선결 과제이기도 하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현재 일본이 남북관계 진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되고 있다”며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뿐 아니라 단거리·중거리 미사일 전면 폐기까지 주장하며 미국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입장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최근 미일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거론한 것도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인권 문제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사카 교수는 “한국은 그간 비핵화 협상에서 일본의 역할을 너무 무시해왔다. 사실 재팬패싱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본은 이웃 국가인 한반도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미국과 외교를 하는데 정부는 이 부분을 보는 눈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전문가들은 경색된 한일관계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본도 총리관저에서 모든 것을 틀어쥐고 외교를 하기 때문에 6월 말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문 대통령이 가서 짧은 시간이나마 정상회담을 하고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단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일단 만나서 다양하게 논의를 계속하는 데 합의하면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도 “한일 간 신뢰를 회복하려면 소통해야 하고 소통은 지도자 간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물밑 접촉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상회담과 함께 한국 정부의 대일(對日) 정책이 좀 더 뚜렷한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호사카 교수는 “교과서와 독도 문제 등 한일관계는 과거사 문제로 우호관계가 깨지는 일이 계속될 것인데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 정부가 악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목표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현재 한국에는 일본 전문가도 거의 없고 외교부에도 일본과 관계된 사람들이 거의 사라진 상태라 국가의 외교전략에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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