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의 당연한 조치” vs “개인의 사생활 침해”=이번 단속을 두고 시민들의 의견은 ‘사생활 침해’라는 입장과 공공장소 질서 유지를 위한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으로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최모(20)씨는 “나는 당당하기 때문에 텐트를 개방하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면서 “이런 공공장소에서 텐트가 다 닫혀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연인과 함께 한강공원을 찾은 황모(39)씨 역시 “텐트를 칠 수 있는 특정 구역에서 모두가 텐트를 개방하고 있으니 서로 감시하며 부적절한 행동을 자제하게 되는 것 같다. 가족 단위로 오는 이용객들도 있으니 서로 눈살 찌푸리는 행동을 하지 말자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공공장소 내 애정행각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2014년 20~30대 미혼 남녀 591명(남성 289명, 여성 3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커플들의 가장 꼴불견인 모습으로 ‘시도 때도 없이 애정행각을 할 때’(42.6%)가 꼽혔다. 하지만 이 ‘텐트 2명 개방’ 규칙이 사생활을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텐트 대여업을 하는 상인 김모(54)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텐트 안을 모두가 들여볼 수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나. 단속 직원이 집중적으로 텐트 안을 들여다보는 건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80~90년대라면 문제가 안 됐을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이 개인의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시대와는 동떨어진 규제”라고 비판했다. 브라질에서 온 유학생 디아고(29) 씨도 “아무리 공공장소라지만 사람들이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는 등의 스킨십 행위는 그들의 자유다. 공공장소라고 해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규제 내용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한강공원 텐트 이용자가 연인, 가족, 동성친구 등 다양한 만큼 단속 내용도 달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간고사가 끝나 동성 친구들과 함께 한강공원을 찾았다는 송모(16)양은 “동성끼리 왔을 때는 굳이 텐트 개방 규제를 안 해도 되지 않느냐. 한강공원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커플은 아니다. 동성끼리 놀러 오는 경우도 많은데 모두 같은 규제를 받는다니 조금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텐트를 이용하는 대상에 따라 텐트의 색을 다르게 해서 규제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이와 함께 놀러온 송모(34·여)씨도 “아이를 재우기 위해 텐트를 대여했다. 양면을 개방하니 맞바람이 불어 생각보다 추운데 어린아이와 함께 놀러 와 텐트를 이용하는 경우는 날씨에 따라 텐트를 닫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텐트 이용을 끝내야 하는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점, 과태료가 높은 점도 규제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시가 발표한 규칙에 따르면 텐트 이용자들은 저녁 7시가 되면 텐트를 철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오히려 단속시간이 끝난 밤 늦게 텐트를 치는 방법으로 단속원을 피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1회당 100만원이 과태료도 높은 편이다 보니 쉽게 부과하기엔 단속원들의 부담이 크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시민들이 2면 개방과 텐트 이용 시간 규제에 대해 잘 협조해 주고 있다”면서 “현재는 계도기간이라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