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업 ESS사업 'SOS'

정부, 화재원인 조사발표 또 미뤄

신규발주 중단 등으로 피해 막대

삼성SDI 등 영업익 반토막으로

새 안전기준도 8월말에나 나와

"중소업체 생존 걱정해야 할판"

지난 2017년 말부터 전국적으로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대한 정부의 원인 조사 발표가 다음달 초로 또 미뤄졌다. 정부의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업계는 신규 발주가 사실상 중단돼 실적이 급락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합동 ESS화재사고원인조사위원회’가 오는 6월 초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2일 밝혔다. 신규 사업장에 대한 ESS 설치기준 강화 등 안전관리 대책과 ESS 산업생태계 육성방안도 함께 나온다. 정부는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3월 무렵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다 5월로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ESS는 2017년 8월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21건이나 발생했다. 조사위는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사고원인도 규명하지 못했다. 그 사이 정부의 요청·권고로 국내 ESS 사업장 1,490곳 중 522곳(35%)은 가동을 멈춘 상태다. 올들어 넉달동안 국내 ESS 신규 설치 발주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동되지 않는 기존 ESS 사업장은 정부 발표 직후에도 재가동이 어렵다. 기존 사업장의 경우 신설될 ‘ESS 안전관리위원회(가칭)’가 안전조치를 권고하고 권고조치 이행 후 재가동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새 안전기준은 8월 말에야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사고 규명이 늦어질수록 ESS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거나 전지 부문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중소업체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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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대규모 손실로 신음하고 있다. 삼성SDI(006400)는 올 1·4분기에 전분기 대비 52% 감소한 1,2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화학(051910)은 올 1·4분기 전지사업 부문에서 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으로 손실을 봤다. 설비 점검과 가동손실 보상 등에 따른 충당금 800억원과 국내 출하 중단에 따른 손실 400억원 등으로 1·4분기에만 1,2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LS산전의 경우 ESS 신규 수주 급감에 따른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올 1·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한 2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덩치가 큰 대기업들과 달리 ESS 사업이 주력인 중소업체들은 파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사결과 발표가 늦어질수록 한국 업체의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져 글로벌 ESS 시장에서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인 SEN리서치 등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수요는 2017년 19.5GWh에서 2025년에는 121GWh로 6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전세계 한국은 2018년만해도 전세계 ESS 시장의 47% 가량을 차지했지만 2025년에는 6%로 줄어드는 반면 북미(16%→28%), 중국(12%→23%), 일본(3%→7%) 등의 비중은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ESS업계 관계자는 “ESS 안전 이슈가 계속될 경우 국내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던 한국 업체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이야기하는 수소경제 등도 ESS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시라도 빨리 사안이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세종=강광우·김우보기자 chopin@sedaily.com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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