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구멍 뚫린 한중FTA...中 차부품 몰려온다

지난해 중국산 수입 15% 급증

한국차 중국수출은 54% 급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틈새로 중국산 차(車 )부품이 밀려들고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을 얕보고 낮춘 FTA 장벽을 넘은 중국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국내에 생산공장을 짓고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에서 강점을 보이는 중국산 부품 업체들은 한중 합작으로 완성차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한중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중 자동차부품 수출은 급락한 반면 중국산 부품 수입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15년 약 65억달러였던 대중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30억달러로 54%가량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중국산 수입은 13억달러에서 지난해 15억달러로 15%나 늘었다. 올해도 1·4분기까지 수출은 6억달러로 18% 이상 줄었지만 수입은 4억달러로 13% 이상 뛰었다. 중국산 자동차부품들이 국내로 몰려드는 것은 품질이 한국의 95%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가격은 20%나 싸지만 관세는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관세를 물어도 동일품질의 제품에서 한국산보다 12% 정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문제는 한중 FTA 자동차부품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2025년 이후다. 전동기와 엔진섀시·브레이크부품 등 내연기관은 물론 자동차용 배터리까지 관세가 철폐되며 중국산 차 부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높이기보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보다 더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김우보기자 bluesquare@sedaily.com


부품·SW서 전기차까지...中, 韓 미래차 영역 야금야금 잠식

중국 車부품 몰려온다

2015년 한중 FTA 체결때

중국산 얕보고 비대칭 개방

2025년 車부품 관세 ‘0’으로

中 완성차들도 줄줄이 진출

한국 부품업체와 경쟁 심화



“한중 FTA는 가야 할 길이지만 10년 후에도 우리에게 유리할지는 판단 못하겠습니다.”


지난 2014년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협상에 나섰던 고위공무원의 말이다. 주력 산업이 겹치는 한국과 중국은 당시 한미 FTA(98.9%·품목 수 기준)에 비해 훨씬 낮은 90%의 공산품만 개방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은 초민감 품목인 승용차에 대해 굳게 문을 닫았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은 달랐다. 협상 타결 막바지였던 2014년 당시 중국 자동차와 부품사들의 경쟁력은 한국보다 한참 낮았다. 결국 정부는 한중 FTA에서 우리가 열위에 있는 농산품 시장을 그간 체결한 FTA에 비해 유례없이 낮은 70%만 개방하는 대신 자동차 부품 시장은 중국에 적극적으로 열어줬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배터리 관세를 즉시 철폐했다. 전동기 부품은 5년 내, 브레이브와 차체부분품, 승용차용 엔진섀시 등 핵심 부품들도 10년에 걸쳐 관세가 ‘0’으로 되도록 협의했다. FTA가 발효된 지 15년이 되는 오는 2030년에는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변속기와 에어백·클러치 등의 관세가 사라진다. 특히 우리 정부는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은 매년 관세율이 낮아져 결국 없어지는 선형 철폐 방식을 택했다. 핵심 부품인 브레이크 부품과 차체부분품·엔진섀시 등의 관세는 8%에서 매년 낮아지고 있다. 반면 농산품을 지키느라 중국 시장의 빗장은 열지 못했다.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하는 방안도 선택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중 FTA 당시 핵심 부품인 변속기와 핸들·클러치는 양허 제외했고 차체 부품은 20년 이후에나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한중 FTA에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결정은 5년 만에 오판이 됐다. 한중 FTA 직후 우리 업체들은 중국 현지에 진출한 탓에 대중 수출액이 2015년 65억달러에서 지난해 30억달러로 반 토막이 난 반면 중국은 13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뛰었다. 올해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중국산 부품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들어오는 중국산 자동차 부품들은 국내 중소기업들을 하나같이 위협하는 품목들이다. 중국산 에어백 부품이 2015년 1억4,30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5,800만달러까지 수입액이 늘었고 차체 부품은 1억1,700만달러에서 1억5,100만달러로 수직상승했다. 핸들과 운전대 및 부품도 지난해 1억2,200만달러가 수입되며 빠르게 국내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로드휠(바퀴)과 부품, 엔진의 핵심 부품인 점화플러그, 자동차의 핵심인 운동성능을 결정하는 서스펜션 쇼크업소버 등의 수입액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는 5년 만에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과 품질이 한국 업체들의 95%까지 수직상승한 효과 덕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도 이 같은 중국의 자동차 부품 굴기를 현실로 받아들였다. 올해부터 현지 생산 차종에 한해 중국 부품업체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산 부품의 파고가 내년을 기점으로 쓰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중 FTA에서 따낸 유리한 관세 조건과 한국에서 시작 단계인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다. 중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국내에 줄줄이 진출하는 상황이다. 이미 중국 전기차 기업인 퓨처모빌리티가 국내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통해 한국GM이 문을 닫은 군산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선언한 상태다. 쑹궈모터스는 한국 SNK모터스와 새만금과 대구에서 11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공장을 짓는다. 세계 최대의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BYD)도 올해부터 국내 전기차 부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베이징자동차그룹(BAIC)도 이날 서울에서 열린 ‘전기차(EV) 트렌드 코리아’에서 내년 국내 시장에 전기차 3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들은 중국산 부품을 대거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FTA에서 이미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배터리의 문이 열린데다 변속기와 브레이크, 엔진섀시 부품 등이 2025년까지 관세가 사라진다. 지금도 국내산에 비해 품질 대비 가격이 평균 20% 이상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관세마저 철폐되면 중국산 부품을 적용한 전기차의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BYD는 서울모터쇼에 참가해 전기차에 들어가는 자동차통제장치(MCU)와 변속기, 전기차 전력공급장치 등을 전시했다. BYD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통해 부품과 소프트웨어 솔루션까지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전기차는 국내 시장 진출 초기에는 소비자 시장보다는 렌터카 등 사업자를 대상으로 판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렌털업체 고위관계자는 “품질만 검증된다면 중국산 전기차를 더 싼 비용으로 장기 렌트하는 것은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저가·저품질의 낙인을 없애고 소비자 시장에 ‘만만디(천천히)’로 스며들겠다는 것이다. 내수생산 400만대가 무너질 우려로 코너에 몰린 우리 부품업체들은 이제 중국 부품업체와 국내에서 경쟁할 위기에 처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의 기술 수준이 치고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그 시점이 빨리 왔다”며 “다만 한국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들이 자리 잡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김우보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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