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앞에 리버풀 없었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는 수비수 3명을 유도한 뒤 우스만 뎀벨레에게 골을 떠먹여 주는 듯한 패스를 했다. 뎀벨레의 슈팅이 잘못 맞아 골키퍼 품에 안기면서 경기가 끝나자 메시는 얼굴을 감싼 채 누워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이 장면만 보면 바르셀로나가 지거나 비긴 것 같았지만 결과는 3대0 대승이었다. 4대0으로 끝내지 못한 것을 통탄할 만큼 유럽 정상 탈환에 대한 메시의 의욕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리버풀 팬들로서는 바르셀로나가 3년 연속 8강 탈락으로 잔뜩 독이 오른 뒤 리버풀을 만난 게 새삼 안타까울 만하다. 메시가 바르셀로나 입단 후 600골을 채우며 바르셀로나를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문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이자 통산 여섯 번째 유럽 제패에 도전하고 있다.

2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챔스 4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는 전반 26분 루이스 수아레스의 선제골과 후반 30분과 37분 메시의 연속골을 앞세워 리버풀을 3대0으로 돌려세웠다. 결승행의 유리한 고지를 확실히 점한 바르셀로나는 오는 8일 리버풀 안필드에서 2차전 원정경기를 벌인다.



레프트백 조르디 알바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수아레스가 자신의 올 시즌 챔스 첫 골로 마무리하면서 포문을 연 바르셀로나는 후반 들어 수아레스가 크로스바를 맞힌 볼을 메시가 밀어 넣어 2대0을 만들었다. 메시는 한 골로는 부족했는지 자신의 장기인 왼발 프리킥으로 2004년 바르셀로나 입단 후 600번째 골을 장식했다. 25야드로 거리가 좀 멀었지만 이상적인 속도와 궤적으로 날아간 공은 골망 왼쪽 상단에 꽂혔다.

세계 최고 수비수로 떠오른 피르힐 판데이크와 두꺼운 미드필드진을 갖춘 리버풀이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역대 4월 중 가장 많은 휴식을 보장받으며 이날 경기를 준비한 메시는 생각보다 더 강했다. 역대 챔스에서 잉글랜드 클럽 상대 득점을 33경기 26골로 늘리며 잉글랜드 킬러의 면모를 뽐냈다. 바르셀로나는 챔스 홈 32경기 연속 무패(29승3무)를 달렸다.

2006~2007시즌 캄노우에서 2대1로 이겼던 경험에 기대를 걸었던 리버풀은 오히려 챔스 사상 구단 최악의 패배를 떠안았다. 2014년 10월 레알 마드리드에 당한 0대3에 이어 두 번째다. 0대3으로 뒤진 경기 막판 모하메드 살라가 문전에서 골대를 맞힌 장면이 두고두고 아쉬울 만하다. 바르셀로나는 1년 전 8강에서 AS로마를 4대1로 이겨놓고도 2차전 원정 0대3 패배로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탈락했었기 때문이다. 로마는 원정에서 넣은 한 골 덕에 기적을 썼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스코어는 0대3이지만 내용은 좋았다.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이보다 더 잘하기는 힘들다”며 “축구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2차전을 잘 준비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