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보험사 대신 정부 나섰는데...계륵된 '전통시장 화재공제'

보상처리 민간보험사보다 늦고

점포당 보상금 2,000만원 수준

재기 돕기엔 태부족...실효성 의문

출시 2년 불구 가입률 8%대 그쳐




정부가 민간 보험사를 대신해 ‘전통시장 화재공제’ 보험을 만들었지만 보상처리에 민간 보험사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데다 보상금액도 턱없이 적어 ‘계륵’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출시 2년이 지났는데도 전체 전통시장 점포 21만개 가운데 1만6,000개만 가입해 가입률이 8%에 그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와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전통시장 점포 21만개 중 화재공제에 가입한 점포는 1만6,000개로 전체의 8%에 불과했다. 가입점포 수가 가장 많은 서울의 가입률도 9.4%에 그쳤다. 특히 세종 지역의 경우 0.8%로 상인들의 가입률이 가장 저조했다.


전통시장 화재공제는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사고 이후 정부 차원에서 전통시장의 사회재난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내놓은 보험상품이다. 민간 보험사가 노후화한 시설과 무분별한 전기선 등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전통시장 보험 인수를 꺼리자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실제 민간 보험사들은 2016년 서문시장 화재로 10년 치 전통시장 화재보험료에 해당하는 96억원을 보험금으로 일시지급하는 등 리스크 부담이 커 관련 보험상품 판매를 꺼리고 있다. 이에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점포별 최대 연 14만원 선의 저렴한 보험료로 자기손해 6,000만원, 타인배상 1억원 한도 내에서 보장받을 수 있다며 화재공제 가입을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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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1월 대형 화재로 피해를 본 원주중앙시장에 대한 보험처리 과정에서 허점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는 점이다. 공단은 일부 공제 가입점포에 공제료를 선지급했지만 화재가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어서 늑장논란이 빚어졌다. 이뿐 아니라 21개 점포가 화재피해로 받은 공제료는 총 3억원으로 개별 점포로 따지면 2,000만~3,000만원에 불과해 재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제에 가입한 한 상인은 “화재 발생 직후 공단 측에 보험처리를 요청했지만 2개월이나 지나 손해사정사가 현장을 다녀갈 정도로 늑장처리됐다”며 “대체 영업장소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장 인근 건물 옥상에 마련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공제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보상한도가 낮아 상인들에게는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물·시설 및 집기를 비롯해 판매 중인 상품 등의 동산도 가입목적물에 포함돼 보장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가 제외되면서 반감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별 보험사들이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한 화재보험 상품을 갖추고 있지만 수익보다는 손해가 커 적극적인 판매를 꺼리는 분위기”라며 “전통시장 상인들은 민간 보험사에 가입하기에는 보험료 부담이 너무 크고 화재공제 가입은 보장이 턱없이 적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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