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국내 명품 소비의 트렌드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신세계백화점 명품관 매출은 지난 2016년 전년 대비 9.4%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9.9%로 급등했다. 반면 프리미엄 시장과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실속형 시장도 꾸준하게 커지는 모습도 관찰된다. 롯데마트의 전체 매출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PB상품의 매출 비중은 2013년 24%에서 지난해 27.8%까지 늘었다. 또한 가성비의 대명사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매출은 지난해 1조9,78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0% 성장했다.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은 21.5%에 달할 정도로 가파르다.
이처럼 자기 과시 및 표현형 소비에 있어 프리미엄 제품을 찾고, 생필품 등 일상형 소비에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백화점 내 명품·가전·홈퍼니싱 분야 매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집에서 시간 보내는 ‘홈족’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초 프리미엄 가전이 하이엔드 소비와 맞물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이마트에 따르면 고화질에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 TV 매출은 3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고,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대용량 건조기와 의류관리기 매출 비중도 꾸준히 증가했으며, 소형가전의 고급화 추세도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원 이상 고가의 청소기는 올해 들어 3월까지 매출이 55.1%가 늘었고, 고가의 공기청정기의 매출도 253%나 신장했다. 렌털이 아닌 일시불로 500만원 가까운 금액을 내야하는 프리미엄 안마의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지난 2월 중순 출시한 한방온혈 안마의자는 매월 준비 물량 완판을 이어가며 이 회사가 선보인 역대 프리미엄 안마의자 제품 중 최단기간 판매 매출 50억을 돌파하기도 했다.
고급 침대 브랜드로 꼽히는 시몬스침대 역시 경제력을 갖춘 소비자들이 비싸더라도 더 크고 품질이 좋은 제품을 사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회사는 2016년 7월 출시했던 800~2,000만원 상당의 뷰티레스트 블랙 컬렉션 제품이 판매를 개시한지 두 달만에 3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지난해에는 연 매출이 300억원까지 뛰었다. 가구업계에서는 통상 침대가 500만원이 넘으면 고급으로 분류하는데 ‘뷰티레스트 블랙’은 이보다 더 레벨이 높은 프리미엄급 제품이다. 이 같은 현상은 현대백화점이 웨딩 멤버십인 ‘클럽 웨딩’ 회원들의 소비금액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016년 1인당 연간 지출이 800만원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930만원으로 16.3%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연간 2,000만원 이상 소비고객이 전년보다 23.1% 늘었다.
프리미엄 가정용 커피머신도 인기다. 집에서도 카페처럼 커피나 차를 즐기는 ‘홈카페’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스위스 프리미엄 커피머신 브랜드인 유라(JURA)의 커피머신 매출도 크게 성장했다. 유라코리아에 따르면 2018년 매출이 전년 대비 246%로 대폭 상승했다. 백화점 중심의 유통채널이 홈쇼핑과 온라인 채널 등으로 확대되면서 30~40대 소비자의 진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유럽가전들의 제품력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소형가전 제품군에서 탄탄하게 형성된 것도 유라의 가파른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듯 지난 3월 유라가 선보인 최고사양 가정용 커피머신 ‘Z8’도 목표 수량 3배 이상의 판매 대수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