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8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윤 원장은 지난해 전임 원장들의 잇따른 낙마로 조직이 어수선한 가운데 금감원장으로 부임해 특유의 소통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지난 1년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며 바닥에 떨어졌던 금감원의 신뢰와 영(令)을 바로 세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취임 이후 ‘금감원의 독립’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크고 작은 갈등을 빚었고 4년 만에 부활한 종합검사를 놓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7일 금감원에 따르면 취임 1주년을 맞은 윤 원장에 대한 조직 내부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조직이 위기일 때 부임해 빠르게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현 정부의 초대 금감원장인 최흥식 원장이 채용 비리 연루 의혹으로 사퇴한데 이어 김기식 원장마저 ‘셀프 후원’ 의혹으로 취임 보름 만에 물러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 달 새 금감원장 2명이 불명예 퇴진하게 된 초유의 사태 속에 구원 투수로 등장한 사람이 윤 원장이다.
학자 시절부터 뚜렷한 소신으로 ‘호랑이’ 교수로 통한 그였지만 취임 초부터 배려와 소통하는 리더십으로 동요하는 내부 조직을 빠르게 추스르는데 성공했다. 취임 첫 일성으로 주말출근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고, 불필요한 야근 축소와 일과 생활의 균형 등을 강조했다. 매월 넷재주 프라미엄 프라이데이(매주 월~목에 30분씩 더 근무하고 금요일에 2시간 빨리 퇴근하는 탄력근무형태)를 시행해 워라밸 문화 정착을 유도했다. 그는 지난 2일 원내 아침 방송에 직접 DJ로 나서 “금감원의 업무 특성상 정확한 분석, 냉철한 평가와 판단 등이 중요한 덕목이 될 수 있지만 가정에서는 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셔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간 출신 금감원 수장으로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금융당국의 역할을 강화한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즉시연금과 암 보험금 지급 권고는 수익성에만 치중했던 금융회사에 경종을 울렸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출 중소기업에 큰 피해를 끼쳤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재조사 또한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었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에 비해 아직 성과가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4년 만에 부활시킨 종합검사는 ‘저인망식 검사’, ‘먼지 떨이식 검사’라는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자 이를 해명하는데 곤욕을 치렀다. 밖에서는 수검 부담을 키운다며 금융사들의 불만을, 조직 내부에서는 방어를 제대로 못해서 반쪽 자리 종합 검사가 됐다는 불만에 맞닥뜨렸다.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지급을 권고한 즉시연금은 보험사들의 반발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키코 문제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해 상반기 중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금융행정혁신위 시절 강하게 주장했던 노동이사제는 스스로 거둬들였다. 현재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올 초 금감원의 예산 문제를 놓고 금융위와 불협화음을 빚기도 했다. 취임 당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를 “재벌과 관료들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것”이란 논평을 냈던 것에 비하면 윤 원장 스스로 현실의 벽에 부딪혀 1년 사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