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KBS에서 진행된 대담 진행을 맡았던 송현정 기자의 태도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송 기자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선 이광용 KBS 아나운서가 결국 사과했다.
이 아나운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말 한마디, 글 한 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뼈저린 교훈을 얻는 하루였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해당 프로그램의 전반부를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섣불리 평가에 개입한 점, 또 지지자라는 표현을 일방적으로 사용해 많은 분들을 언짢게 한 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제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가 썼던 그 글로 상처받고 기분 나쁘셨을 모든 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도망가려는 의도가 아니라 제 명백한 실수가 담겼기에 해당 글은 삭제했다”라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아나운서는 또 “비판은 두고두고 달게 받겠다. 그리고 앞으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에서 더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거듭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전날 KBS에서는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가 방송을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출연해 송현정 기자와 대담 형식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이번 대담은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기자가 몇몇 장면에서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야당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송이 끝난 후 밤 사이 시청소감 게시판에는 2,400여개의 댓글이 쏟아지며 방송 구성과 진행자의 태도를 성토하는 내용으로 도배가 됐다.
실제로 송현정 기자는 문 대통령의 말을 잘라 여러 차례 오디오가 섞이게 했고 야당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특히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와 관련한 질문과 관련 송현정 기자는 “제 제안(여야정 협의 상설화)에 지금이라도 성의 있게 나서 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대통령이 마치기도 전에 끊었다. 그러면서 “(야당 측에서)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독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느냐”는 다소 공격적인 질문도 던졌다.
방송이 나간 뒤 송 기자의 태도와 질문을 지적하는 비난 여론이 등장했고, 사과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면서 파문은 커졌다. 반면 기자다운 진행이었다며 옹호론도 있었다.
이날 한 KBS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기자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이 아나운서가 “지지층이 욕한다는 선배 글을 보니 내용이 상당히 좋은 모양이네요. ㅎㅎ”, “송현정 선배 만세네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이 아나운서의 댓글이 신중하지 못했다며 질타를 쏟아냈다.
다음은 이광용 KBS 아나운서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말 한 마디, 글 한 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뼈저린 교훈을 얻는 하루였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의 전반부를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섣불리 평가에 개입한 점, 또 지지자라는 표현을 일방적으로 사용해 많은 분들을 언짢게 한 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제 잘못입니다.
제가 썼던 그 글로 상처받고 기분 나쁘셨을 모든 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도망가려는 의도가 아니라 제 명백한 실수가 담겼기에 해당 글은 삭제했습니다.
비판은 두고두고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에서 더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거듭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