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잘못되면 靑 책임지나"... 할말 많다는 공무원들

[부글부글 끓는 관료]

"靑 만기친람에 예견된 일"

정권 핵심부에서 터져 나온 정부 관료들의 복지부동은 예견된 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후 공직사회에 휘몰아친 적폐청산 분위기가 안 그래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한 공무원 조직을 더 얼어붙게 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번 정부 들어 청와대가 ‘만기친람’식으로 행정부에 관여하는 기조가 더욱 세지면서 이런 기류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12일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관료사회에) 본인의 업무가 언젠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항상 깔려 있다”며 “잘못되면 당청이 책임을 져줄 건가”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요직에 있었던 관료들이 쓸쓸하게 퇴장하는 모습을 목도한 만큼 ‘최대한 몸을 사리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사실상 상명하복 형태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관료사회에서 정권의 지시에 따라 행한 업무가 다음 정부에서는 언제든 적폐로 몰릴 수 있어서다. 또 다른 과장급 공무원은 “위법성 여부를 떠나 추진했던 업무가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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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청와대의 만기친람식 지시가 업무 의욕을 떨어뜨리고 정책수단의 폭을 좁힌다는 불만이 많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고 청와대와 여당이 모든 부분에 관여하다 보니 관료들의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을 신념처럼 떠받드는 상황에서 경제관료들이 추진할 수 있는 정책 도구가 협소해진 점이 공무원 사회를 더욱 경직되고 정적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급 관계자는 “예전에는 청와대에서 큰 방향성을 잡고 컨트롤타워 격인 기획재정부에 지시가 내려갔다면 지금은 개별 부처에 직접 지시가 내려간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청와대가 공무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부 여당이 할 수 있는 것은 공무원에게 권한을 확실하게 주는 것인데 지금처럼 감사 분위기가 있다면 공무원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관료사회의) 복지부동을 정부가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잘못된 정책을 계속 고집하는 청와대에 대해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며 “공무원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뒤에서 불평하면서 군기 잡을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종=한재영·정순구기자 안현덕기자 jyhan@sedaily.com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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