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맨(tariffma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서 시작한 무역전쟁이 미중 간 휴전 종료를 계기로 점점 규모를 키워가면서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대한 관세율 인상에 이어 4차 관세 폭탄까지 예고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 자동차 산업으로도 총구를 겨누면서 무역전쟁이 사실상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상태)’이 되자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관세를 피하려는 해외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데 대한 비난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관세를 피하는 쉬운 방법? 미국에서 제품과 상품을 만들어라. 그러면 매우 간단하다”고 반박했다.
당장 미국은 지난 10일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린 데 이어 나머지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이는 곧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추가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미다. 이미 “보복이 불가피하다”며 맞대응을 예고한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린다면 양국 간 관세전쟁이 무한 반복되는 ‘인피니티 워’가 될 가능성이 크다.
10일까지 열린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중국 측 대표단을 이끈 류허 중국 부총리는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원칙 문제들’에 대해 견해차가 있다”며 이에 대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미중 양국은 일단 미국 측이 25%로 끌어올린 관세율이 실제로 적용되기까지 한 달간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협상을 앞으로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종료 후 트위터를 통해 “지난 이틀간 미중은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앞으로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양국이 구체적인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여서 미중 간 난기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 측의 요구대로 합의안을 명문화·법제화하는 데 대해 난색을 표하는 만큼 이 같은 미중 대립구도는 미국 대선이 실시되는 내년, 또는 그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내 두 번째 임기 때의 무역협상은 중국에 훨씬 더 나쁠 수 있다. 지금 행동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지만 높은 관세를 징수하는 것도 너무 좋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중 양측의 신뢰관계가 상당히 손상됐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포괄적 합의를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또 중국과의 관세전쟁이 미처 마무리되기도 전에 일본과 유럽으로도 관세 전선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10일 룩셈부르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동차가 미국 무역에서 매우 중요한 이유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절반이 중국이라는 지리적 영역에서 나왔고 나머지 절반은 자동차라는 단일 제품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무역적자를 구실로 유럽에 관세 폭탄을 압박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2월 외국산 자동차와 차 부품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 제출했고 백악관은 이달 18일까지 징벌 관세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도 미국의 과녁 안에 들어왔다.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일본 니가타에서 11일 열린 주요20개국(G20) 농업장관회의에서 요시카와 다카모리 일본 농림수산상을 만나 미국이 연간 700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본다는 점을 언급하며 콕 집어 일본의 농산물 관세 인하를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중서부지역 농가들이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의 수요 확대를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외에도 미국은 일본에 대해 무역적자 축소와 환율, 서비스·세관 절차 개선 등 광범위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무역전쟁 전선 확대가 예고되면서 글로벌 경기 전반에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는 당장 물가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서플라이체인이 교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톰 올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 관세가 고착화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중앙은행이 경기둔화를 저지하기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노현섭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