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 공정위 압박에...지분교환·상장·매각 등 처분 빨라진 재계

사모펀드 먹거리 전락 우려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에도 버티던 재계가 최근 들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해당하는 계열사 처분을 서두르고 있다. 임기 2년 차를 넘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계에 경고장을 보내는 한편 실제 조사를 강화하면서다. 이 틈에 반사이익을 보는 쪽은 국내외 사모펀드(PEF)다. 매각 대상이 된 상당수 기업의 지분은 PEF 손으로 넘어갔다.

개정 공정거래법안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총수 지분율 상장사 30%→20% △지주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20%→30% △규제 대상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포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재계는 기업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다른 회사와 전략적 지분교환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LG그룹은 시스템통합(SI) 업체인 LG CNS의 지분 35% 매각을 추진한 것을 비롯해 재계에서 오너 일가 계열사 처분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LG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던 전자부품 제조사 지홍은 지난해 말 총수 일가 지분이 기업은행이 출자한 PEF로 넘어갔다.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을 맡았던 서브원 역시 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지분 60%를 팔았다.


다만 LG그룹은 CNS에 대해 공정위의 예외 적용을 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CNS는 SI 본업에 집중하는 주력계열사로 그룹 내 일감 비중을 줄이고 외부사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클라우드 SI 기업 중 3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혹은 공정위 허용 아래 한화S&C처럼 기업분할 뒤 일부 지분만 파는 방안도 거론된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소수지분을 쥔 총수 일가가 그룹의 알짜사업을 독식하는 것을 막는 명분이 있다. 그러나 기계적인 규제 적용으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공정위의 엄포에 따른 반강제 매각이다 보니 매각하는 대기업의 협상력이 떨어진다. 주요 인수자인 PEF는 계열사 간 일정한 매출 보장을 요구하고 문어발식 인수를 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달리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도 아이러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3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국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설명을 요청하는 등 투자차익을 낼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따라 규제가 오락가락하는 점도 재계는 불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총수 직계 일가가 SI·물류·부동산관리·광고 등 그룹 핵심사업과 관계없는 분야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대기업 계열사 주가가 폭락하자 김 위원장은 “비상장사를 언급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재계에서는 SI는 핵심이냐, 아니냐를 놓고 김 위원장 발언의 진의를 추론하는 촌극이 일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대기업은 법 통과 시 대상이 될 수 있는 계열사 처리를 놓고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공정거래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오히려 진보 진영에서 개혁 후퇴를 비판하고 있고 공정위 차원의 조사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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