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이란핵합의(JCPOA) 이행을 두고 갈등하는 가운데,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다국적 상선 여러 척에 대한 의도적인 파괴행위(사보타주)가 발생했다. 며칠 전 미국이 이란이나 대리인에 의한 미국 측 상선·군함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던 만큼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영해에서 상선 4척에 대한 사보타주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호르무즈해협에서는 이란이 미국 제재에 맞서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데 대응해, 미국이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과 B-52 전략 폭격기 등 일대 배치병력을 대폭 늘리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UAE 외교부 측은 “이번 파괴행위로 사상자 발생이나 유해 물질 혹은 연료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면서도 “상선들을 파괴 대상으로 승조원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UAE를 구성하는 7개 에미리트(토후국) 중 하나인 동부의 푸자이라 인근 해안에서 발생했다. 이 지역은 유조선 운항이 세계에서 가장 빈번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피해 상선은 여러 나라 국적으로, UAE 정부와 국제기관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세계 주요국들이 2015년에 맺은 이란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고, 이란도 지난주 핵 합의에 따른 제재 해제가 없다면 핵 합의 이행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맞서고 있다.
특히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미랄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 사령관은 같은 날 “최소 40∼50대의 전투기와 6,000여명의 병력이 집결된 미 항공모함이 과거에는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었으나 지금은 하나의 타격목표이며 위협이 기회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들의 머리부터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호세인 칸자디 이란 해군 소장도 이날 “페르시안 걸프 지역에 대한 미군의 주둔이 끝날 때가 됐다”면서 “그들은 그 지역을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란 ISNA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