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대구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두고 ‘문빠’, ‘달창’ 운운하며 극우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달창’은 ‘달빛창녀단’의 준말로, ‘달빛기사단’이라 불리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일베(일간베스트) 등 일부 극우 네티즌들이 속되게 부르는 비속어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연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대통령 특별대담 때 질문자로 나섰던)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받았다”면서 “기자가 대통령에게 좌파독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도 못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되자 나 원내대표는 3시간여 만에 사과문을 냈다. 그는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인터넷상 특정 단어를 썼다”며 “무심코 사용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소속 여성의원들은 “이번 일은 단순한 막말사태가 아니며 여성혐오이고 언어 성폭력”이라고 주장하며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13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쓴 말은 평범한 시민이라면 듣도 보도 못한 일간베스트 내부용어”라며 “자유한국당이 주목하고 대변하는 여론이 결국 일베 등 극단집단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정·박경미·서영교·백혜련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도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각한 여성 모독 발언을 한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에도 담지 못할 수준의 역대급 막말을 하고서도 논란이 일자 용어의 뜻을 몰랐다고 해명하며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백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국회 폭력사태와 함께 지금의 막말에 대해서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회 윤리특위 제소 조치를 원내대표단과 상의할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나 원내대표를 향해 “보수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장외투쟁을 하면서 무심결에 내뱉은 달창이라는 그 말은 참으로 저질스럽고 혐오스러운 말이었다”며 “그 뜻도 모르고 그 말을 사용했다면 더욱 더 큰 문제 일 수 있고, 그 뜻을 알고도 사용했다면 극히 부적절한 처사”라며 “잘 대처하라”고 글을 남겼다.
그러나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오히려 논란을 더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달창은 ‘닳아빠진 구두 밑창’을 뜻하는 표준어”라며 “과거 쓸모없는 이념에 매몰된 이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문빠 달창들이 ‘좌파독재’라는 대목에서 제일 뿜고 있다”고 이들을 비판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특별히 정치권에 당부드린다”면서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꼬집으며 “험한 말의 경쟁이 아니라 좋은 정치로 경쟁하고, 정책으로 평가받는 품격 있는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대한다”고 우회적으로 나 원내대표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