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글로벌 금융통'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阿시장 뚫는다

6개대륙 중 유일하게 미진출

파리지점을 전진기지로 활용

SOC 투자...알제리 등 검토




KEB하나은행이 국내 시중은행에는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지난 3월 취임한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의 진두지휘로 유럽 법인 및 지점망을 통해 주요 투자은행(IB) 딜에 참여하고 3년 내 지점 등을 설치, 아시아·아메리카·유럽 등에 이어 6개 대륙 진출 지도를 완성할 방침이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파리 지점을 북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전진 기지로 삼고 알제리·모로코·튀니지 등 주요국 인프라 개발사업의 컨소시엄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현지 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아프리카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3년 내 현지 영업 거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중국·일본을 포함한 해외 금융사가 일찌감치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국내 시중은행에는 불모지와 다름없다. 현지 법인은커녕 지점이나 사무소를 설치한 시중은행은 전무하고 그나마 우리은행이 201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은행인 스탠다드은행 본사에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한 것이 전부다.


KEB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금융사들마저도 아프리카 투자와 진출에 적극 나서면서 마지막 남은 골드러시에 동참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은 지점은커녕 현지 네트워크조차 갖추지 못했다”며 “모로코·알제리 등 옛 프랑스 식민지에 해당하는 북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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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사진제공=KEB하나은행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사진제공=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공을 들이는 데는 2001년 하나은행 홍콩지점 부지점장으로 해외 근무를 시작한 이래 16년간 홍콩·중국 등 중화권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지 행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지 행장은 “국내 금융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만큼 잠재성이 큰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홀세일(기업금융) 중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 행장 취임 이후 글로벌 전문 인력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500명 수준에 불과한 글로벌 인력을 2,000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40대 초·중반의 팀장급 직원들을 해외 지점장이나 법인장으로 발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해외 지점장 연령대가 50대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10년 이상 앞당겨 해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리는 셈이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근무가 일종의 혜택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앞으로는 해외 영업 경험을 쌓고 현지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는 것이 조직에서 성장할 수 있는 필수 요건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글로벌 업무 배치를 희망하는 직원 수만 1,400명에 달할 정도로 직원들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전체 24개국 176개 네트워크에 달하는 하나은행 글로벌 네트워크 재편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중국통으로 꼽히는 지 행장이지만 중국 지점망은 28개로 현 수준을 유지하며 내실을 다지는 대신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지역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현재 20명 안팎인 베트남 하노이·호찌민 지점 인력을 100명 규모로 확대해 현지 진출이 활발한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는 한편 현지 홀세일 시장 영업에도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두자릿수 금리를 자랑하는 신흥국 시장에서 소매금융은 높은 예대마진을 남길 수 있지만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외국은행이 리테일로 현지 은행을 이긴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인력부터 지점 설치까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소매금융보다 홀세일로 승부를 내야 한다는 것이 지 행장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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