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한진그룹 사태로 드러난 총수 지정 절차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정 방식에 대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방향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전문가 토론회 등을 개최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참석해 객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동일인 지정 개편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년 5월 대기업집단 현황을 발표하면서 개별 기업의 총수도 함께 지정한다. 지정된 총수를 중심으로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의 지분보유 현황 등을 따지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집단 범위를 정한다. 기업집단에 포함되면 일감 몰아주기 등의 각종 제재 대상이 된다.
공정위가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최근 삼성·LG 등 총수 세대교체가 대거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매년 동일인을 지정할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3월 현대차 대표이사에 오르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지분 상으로는 여전히 정몽구 회장에게 지배력이 있다. 이럴 경우 누구를 동일인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 때 기본적으로 지분율(정량 요인)을 고려하지만 지배적인 영향력(정성 요인)과 이에 따른 임원 혹은 조직의 변화가 있었는지도 감안하기 때문이다. 인사권과 조직 지배구조에 대한 권한이 있으면 사실상 지배적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다. 효성그룹도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 중 누구를 동일인으로 볼 것인가 하는 이슈가 남는다. 총수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코오롱(이웅열 전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박삼구 전 회장)의 경우 동일인을 누구로 봐야 하는지도 같은 맥락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재계의 세대교체가 나타나면서 동일인 지정 이슈가 커졌다”며 “지분 소유구조를 근거로 하되 어떤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총수를 지정하는 것이 법 취지에 가장 잘 맞는지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총수 지정 자체에 대한 ‘무용론’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는 하나 사실상 공정위의 정성적 판단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동일인을 지정하는 것”이라면서 “전근대적 제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차기 총수로 조원태 한진칼 회장을 적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 신청했다.이에 따라 한진그룹의 차기 총수, 즉 동일인은 조 회장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진 측이 이날 오후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며 “서류 검토를 거쳐 15일 예정대로 한진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한재영·빈난새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