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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꿈을 잃은 한국 증시

이혜진 증권부 차장

이혜진



미국의 유니콘 기업인 우버와 리프트·핀터레스트가 잇따라 상장 이후 공모가를 밑돌며 ‘쓴맛’을 보고 있다. 리프트의 공모가격은 주당 72달러였으나 현재 50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에서 거래된다. 우버도 상장 이후 7.6% 급락했다. “그동안 과대 포장돼왔던 유니콘 기업들의 진짜 가치가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개별기업에 대한 일시적인 회의는 있을지언정 미국의 테크기업이 쓰고 있는 새로운 미래를 부정하는 이는 드물다. 초반 회의론을 뚫고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선배’ 유니콘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도 상장하고 4년여 만에 첫 흑자를 냈으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번듯한 실적을 내지는 못했다. 물류창고·클라우드시스템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해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에 턴어라운드한 후 매년 예상을 뒤엎는 실적 드라마를 쓰고 있다. 주가는 2015년 이후 400% 넘게 올랐다. 알파벳(구글)·테슬라·넷플릭스·애플 역시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이런 기업의 성공 스토리에 국내 투자자들도 매료됐다. 이들은 이제 아마존 직구보다는 아마존 주식 직구를, 구독보다는 넷플릭스 주식을, 구글링보다 구글 주식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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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 주식시장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액은 3조원이 넘었으며 개인들은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1조5,000억원 이상을 팔았다.

한국 증시가 외면받는 것은 미국의 유니콘들이 보여주는 꿈이 없기 때문이다. 증시는 꿈을 먹고 산다. 당장 기업이 적자를 내거나 거시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라도 미래 성장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증시에 돈은 몰린다. 그런데 2019년 현재 한국은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어느 산업군 하나 미래 성장을 낙관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힐 것이라고 얘기한다. 전고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꿈을 보여주는 산업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혁신을 통한 성장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번 ‘한국 증시 엑소더스’가 일시적이 아닐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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