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전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제안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보완책에 대해 검찰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 총장은 14일 오전9시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이 “법무부가 검찰 입장을 받아들인 것 같냐”고 묻자 “유선상으로 보고받기로는 받아들여진 정도까지 된 건 아닌 것 같다. 좀 더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박 장관이 전날 전국 검사장에게 보낸 e메일에서 밝힌 네 가지 보완책이 검찰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를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약화시킨다며 강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문 총장은 이날이나 15일 중 기자간담회를 하려다 갑자기 일정을 연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기자간담회 준비가 거의 끝났다. 하지만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해 (다시) 협의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돌발상황이란 전날 박 장관이 입장표명을 한다고 알려진 것을 가리킨다. 문 총장은 조만간 날짜를 정해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박 장관은 e메일을 통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사들이 우려하는 부분들이 법안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크게 네 가지 보완책을 제시했다. 먼저 직접수사 권한 확대다.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서 검찰이 새로운 혐의를 발견한다면 직접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그다음은 보완수사 권한 강화다.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정당한 이유’를 삭제하거나 바꾸겠다고 했다. 경찰이 1차 종결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필요한 경우 해당 사건을 송치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검찰이 작성하는 피의자 신문 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의 1차 수사를 통제할 방안을 충분히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검찰의 강한 반발을 일부 수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 지휘 폐지와 1차 수사종결권 부여라는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라 검찰 측에서는 근본적인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