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글로벌 증시는 변동성이 커지며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협화음은 지난 2018년 9월 미국의 관세 발효 후 경기침체 이슈까지 겹치며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했던 트라우마를 생각나게 한다. 다만 이번 무역분쟁은 유동성 측면에서는 과거보다 우호적이지만 주식시장 조정 요인으로는 충분한 파장을 가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관세부과 및 협상시한이다. 미국은 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상향 조정 했으나 지난해 9월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는 해상운송 기준으로 2~3주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실제 적용은 오는 6월로 미뤄졌다고 볼 수 있다(항공운송을 주로 하는 정보기술(IT)의 경우는 이미 적용). 이런 가운데 중국이 발표한 6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 상향 조정 또한 6월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양국 모두 실제적인 관세율 인상은 6월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향후 시나리오는 6월 내 합의가 타결되는 경우와 협상에 실패하는 경우로 나뉜다. 타결에 실패하는 경우는 하반기 협상을 지속하는 경우와 합의 실패 후 전면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로 다시 구분된다.
6월 내 합의되는 경우 다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질 것이다. 특히 한국 수출이 개선될 여지가 높다. 이 경우 2·4분기 경기 바닥론, 실적 바닥론에 힘을 준다는 점에서 그동안 하락했던 대형주 수출주가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6월 내 합의는 실패했지만 하반기에 협상을 지속하는 경우를 보면 협상 지속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하락폭이 제한된 범위일지라도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다. 경기 바닥의 시기가 지연될 여지가 높으며 불확실성 지속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는 약화될 수 있다.
6월 내 협상 실패 후 전면적인 관세 부과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중국 또한 덤핑 관세 등 추가적인 보복조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사태 확산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글로벌 경제성장률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며 각국 수출입 규모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조정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장기화된다면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인한 리스크 확대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코스피 2,000도 안심할 수 있는 지수는 아니다.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역협상 실패 후 시나리오를 미리 산정해 의사결정을 내릴 시기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해 10월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은 하락했고 중국 정부도 협상을 언급한 바 있다. 양국 입장에서는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통화정책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로 코스피는 올해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고 있다. 무역분쟁 장기화로 국내 경제의 저점 확인 및 상승 반전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외부적인 불확실성에도 1·4분기 실적발표에서 보듯 뚜렷한 개선 추세를 보이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주가 조정이 심화될수록 매력적인 가격대에 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음을 상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