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무일 "檢 입 다물란거냐"... 박상기 정면 반박

"수사권 조정안 민주적 원칙에 부합 안해" 반대 안굽혀

"朴장관 e메일은 틀렸다" 일갈...윗옷 벗어 흔들기도

조국, 輿사개특위 위원들과 만나 검경수사권 논의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정부와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기존의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천명했다. 검찰 입장과 상반된 의견을 내놓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검찰은 입 다물라는 얘기”라며 정면 반박했다.

문 총장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기소까지 하는 부분이 너무 확대돼 있어 이 같은 문제는 우리도 인정하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동안 검찰에 (특별수사권과 기소권 독점 등) 전권적 권능이 있었다고 ‘경찰도 해보라’는 식으로 나오면 문제를 오히려 확대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와 재판은 착수하는 자와 결론 내리는 자를 분리해야 한다”며 “독점적 권능을 어떻게 축소하고 통제할 것인가가 핵심인데 정부안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13일 박 장관이 전국 검사장에게 보낸 e메일 내용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박 장관은 수사권 조정 논의와 관련해 검경 간 기존의 불신을 전제로 논의하지 말 것과 개인적 경험이나 특정 사건을 일반화시키지 말 것,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외국의 제도를 예로 들어 주장하지 말 것 등을 검찰 고위직에 당부했다. 문 총장은 “박 장관의 e메일은 (인식의) 틀 자체가 틀렸다”며 “외국 사례도 얘기하지 못하게 하면 검찰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사후통제로) 국민들이 이의제기하면 해결된다는데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거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사람만 가능한 얘기”라며 “형사사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정부안에 대해 말을 안 할 수가 없다”고 일갈했다.


‘정치권력에 검찰이 휘둘린다는 지적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는 마치 준비했다는 듯 양복 윗옷을 벗은 뒤 흔들어 보였다. 문 총장은 “흔들리는 옷을 볼 게 아니라 흔드는 시작점을 봐야 한다”며 “공동체에서 각 세력이 자기한테 유리한 결론을 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당연한 행위이고 외부에서 흔드는 시도는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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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법안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평가를 내렸다. 문 총장은 “공수처는 큰 틀에서 동의하는 게 아니고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세부적인 것은 검찰이 언급하면 불편해질 측면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또 “공수처라고 중립을 지키겠느냐”며 “법률 외적인 판단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검찰부터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도록 조직과 기능을 바꾸겠다”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검찰은 국민의 뜻에 따라 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정치적 중립성 등 검찰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의식해 직접수사 총량 축소 등 개혁 방침도 밝혔다. 그는 “우선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대폭 축소하겠다”면서 “수사 착수 기능의 분권화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종결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제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형사부·공판부 중심으로 검찰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한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저녁 만찬 회동을 했다. 문 총장이 패스트트랙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이뤄진 회동이어서 한층 주목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이날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의 우려는 침소봉대”라며 “신속처리안건을 자신의 조직 권한에 관한 문제로 바라보지 말고 인권과 시민의 시선에서 성찰하고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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