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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한국선 호기심이 약점…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풍토 조성해야"

■ 기초과학 육성 5대 키워드

지난 14~16일 본지가 개최한 ‘서울포럼 2019’에서 국내외 정부 및 과학·교육계 리더들은 대한민국 기초과학 혁신을 위해 교육 및 연구개발 풍토를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1986년부터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개발(R&D) 프로젝트들을 지원하며 응용과학 및 산업기술 분야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혁신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기초연구와 기초과학은 교육·연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선행돼야 선진국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리더들은 기초과학을 키우기 위한 과제로 지식의 융합과 도전적 연구, 연구 독립성, 장기적 투자, 젊은 과학자 육성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연결할 수 있는 청년 과학자들을 키워 도전적인 분야에서 장기간 간섭 받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미국·독일·프랑스 같은 전통적 강대국뿐 아니라 스웨덴·스위스 같은 강소국들 역시 이 같은 사회적·문화적·산업적 풍토가 정착됐기 때문에 수많은 혁신적 연구업적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리더들은 이 같은 방안을 실현하는 주체로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학생과 연구자 스스로가 자성하고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선구자들이 풀어낸 해법을 단순히 검증하고 일부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세상에 과감히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학문하고 탐구하는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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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도전적 탐구

국내외 과학계 전문가들은 기초과학에서 ‘도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의 상업화·수익화 가능성에 상관없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호기심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는 “내가 자란 이탈리아에서는 호기심을 약점으로 보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그 반대인 것 같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심을 북돋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찰스 리 잭슨랩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은 “과학을 하려면 매우 고된 삶(tough life)을 각오해야 한다”며 “진짜 하고 싶은 마음으로 도전하라”고 미래 과학 꿈나무들에게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②지식의 융합


창의적인 연구는 학문 간 칸막이를 뛰어넘을 때 나온다. ‘창의성 전도사’로 불리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생리학과 교수는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연구 분야를 바꿨다 머리가 열리는 경험을 했다”면서 “학생들에게 통합적 교육을 통해 모든 지식이 연결되고 접목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페레츠 라비 테크니온공대 총장은 “응용연구와 기초연구의 융합이야말로 이스라엘이 혁신국가로 성장한 비결”이라며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융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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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청년 과학자

창의적 연구를 실행할 주체는 젊은 과학자들이다. 이들이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젊은 연구자를 육성하는 게 한국의 기초과학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중 하나다. 한스 볼프강 슈피스 막스플랑크연구소 명예소장은 “(세계 선두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협회는 자율적으로 자신의 연구주제를 선택하고 특이한 연구주제를 결합한 연구자를 연구소장으로 임명하는 전통이 있다”며 “차세대 과학자들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④연구 독립성

과학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연구를 진행할 때 독립성 보장은 필수다. 연구주제, 연구 방향, 연구 방식 등에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면 창의성이 발휘될 수 없기 때문이다.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구자들이 기금 모집이나 교수직·행정업무 등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영감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은 “정부가 톱다운 방식으로 일일이 연구에 개입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⑤장기적 투자

기초과학은 응용과학과 달리 당장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10년,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성과에 상관없이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은 “한국은 모든 것이 빨리 진행돼야 하는 ‘빨리빨리’ 문화가 강하다”며 “기초과학을 육성하려면 이러한 문화부터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권·김지영기자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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