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 24시] 한국 적극성이 한일갈등 돌파구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가치 공유국서 한국 제외한 日

동북아 균형론에 의문 제기한셈

우리식으로 일본 판단하기보단

다름 이해하는 적극적 자세 필요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요즘 날씨를 보면서 예전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5월 중순에 30도를 넘어 폭염주의보가 발동되니 당연하다 싶지만 그렇다고 여름이라고 부르기도 망설여진다. 5월까지는 아직 ‘봄’이라는 생각이 강하고 ‘여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르다는 거부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처럼 30도를 넘나드는 5월을 여름이라 하지 못하는 데에는 우리가 사계절 구분에 익숙해 있고 봄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올해만 가지고 한국의 5월은 여름의 시작이라고 하기에 아직 이른 것이 사실이다. 또 태어날 때부터 이상기온에 익숙해진 청년들에게 이미 5월은 여름일지도 모른다.

날씨 얘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익숙함과 자기 본위의 희망이 변화를 감지하고 인정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고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관계의 근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예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또는 ‘비슷하지만 뭔가 다른’ 나라라고 표현하는데 여기에서 우리의 방점은 ‘멀고 다른’ 나라보다는 ‘가깝고도 비슷한’ 나라라는 데 있다. 일본에 대한 비판 또는 반발의 근저에는 “‘가깝고도 비슷한’ 나라, 일본이 어떻게 한국에 대해 과거에 그렇게 했고 그에 대한 현재의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느냐”는 의문과 질책이 담겨 있다. 즉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는 일본에 대한 비판이 친근감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에는 중대한 맹점이 있다. 바로 일본이 과연 한국과 ‘가깝고도 비슷한’ 나라인가 하는 점이다. 일본이 한국과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고 유교나 불교 등과 같은 문화적 전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국이 지난 수 세기 동안 겪은 서로 다른 역사적 경로는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문화를 배태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좋은 예로 문재인 정부가 펼치는 외교를 ‘팔방미인’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팔방미인’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어디서 봐도 미인이라는, 모든 것에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긍정적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주관 없이 모두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박쥐 같은 인물이나 처세라는 부정적 의미다. 한일 양국에 공히 두 가지 의미가 다 있지만 용례에 있어 한국은 긍정적 의미로 일본은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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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교에 대한 일본의 ‘팔방미인’이라는 평가는 다분히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다. 그 근저에는 동북아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기에 국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로서 중심을 잡고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는 현실주의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팔방미인’ 외교로서 그러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과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의 의심을 함께 던지는 것이기도 하다. 균형이란 힘과 함께한다는 관점에서 한국에 그러한 능력이 있는가 하는 비판을 받았던 동북아균형론 논란을 되새기게 되는데 근년에 일본의 외교청서가 한국에 대한 표현을 가치 공유국에서 주요 인접국 등으로 교체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팔방미인’ 외교에 대한 이러한 비판과 의심이 문재인 정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동북아정세를 보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한다.

현 동북아정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는 정답이 없다. 일본의 현실주의적 접근법이 항상 옳았던 것도 아니고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이 사실이나 분단상황에 대한 이해나 중국과의 근접성에 대한 의미파악이 한국과 같을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에 있어서 일본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시너지 효과를 증폭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고 그러한 일본이 한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멀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국의 일본에 대한 이해 부족 또는 우리식의 일본 이해가 자리 잡고 있다. 새 일왕 나루히토의 등극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이 오히려 고압적이었다는 논란이 일본에서 일어난 것에서 보듯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적극적 이해와 노력이 다름을 극복하고 원하는 협력을 동북아에서 가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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