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창업한 결혼준비 플랫폼 업체 웨딩북은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연면적 240평 규모의 오프라인 공간 ‘웨딩북 청담’을 마련했다. 이곳에선 직접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를 체험할 수 있다. 웨딩홀 가상현실(VR) 체험, 가상 예복 피팅 체험, 허니문 전문 상담, 신혼집 인테리어까지 경험할 수 있다. 부케와 청첩장 샘플도 볼 수 있다.
웨딩북이 본격적으로 매출을 내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이렇듯 과감하게 웨딩북 청담점을 열었던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게 주요 목적인 만큼, 오프라인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일명 ‘스드메’ 시장은 전형적인 ‘레몬 시장’으로 꼽힌다. 소수 업체가 시장을 과점해 소비자에게 투명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웨딩북은 국내 웨딩 관련 업체 1만 곳과 제휴해 이곳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모조리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애플리케이션 가입자 20만명을 모았으며 누적 투자액 158억원을 유치했다. 웨딩북 관계자는 “웨딩북 청담점을 열었던 것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스드메를 체험해보자는 취지”라며 “스드메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자는 저희 목표를 오프라인에서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웨딩북처럼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구사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O4O는 온라인 기반 기업이 보유한 기술·데이터·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온라인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걸 O2O(Online to Offline)라고 한다. 그러나 O4O는 O2O보다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경험·기술·편의성을 제공하는 데에 더 초점을 둔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고(Amazon Go)’를 개장한 게 대표적이다.
특이한 점은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앱 기반 스타트업 가운데 O4O를 구체화하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자본금이 부족해 유형자산을 대규모로 구매하기 쉽지 않다. 국내 스타트업 중 대다수가 앱 개발에 나서는 것도 비교적 낮은 투입비용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진행 사업을 고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O4O는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특히 뚜렷한 현금흐름이 나오거나 벤처캐피털(VC)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 오프라인으로 영토를 확장하기가 더욱 쉬워진다.
카닥이 경기도 고양시에 마련한 ‘카닥주유소’./사진제공=카닥2013년 창립한 카닥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1월 GS칼텍스와 함께 ‘카닥일산주유소’를 열었다. 카닥은 자동차 외장수리 견적비교·세차·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차량 수리·관리 업체 600여곳을 제휴 업체로 두면서 누적 앱 설치 수 140만건과 누적 거래액 600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 카닥일산주유소에서는 카페, 손세차 서비스, 차량 성능 향상 서비스 등이 운영된다. 카닥은 향후 주휴소에 인공지능 기반 비전 인식 기술,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을 도입한다는 ‘청사진’까지 내놓았다. 카닥은 2017년 GS칼텍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로레알에 6,000억원에 매각된 스타트업 스타일난다도 2016년 서울 명동에 ‘핑크호텔’이라는 매장을 열며 O4O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핑크호텔이 주목을 끈 건 분홍빛 인테리어 때문이다. 특히 5층에 구성된 ‘핑크폴카페’는 인스타그램 이용자 사이에서 사진을 촬영하기 좋은 곳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스타일난다가 서울 명동에 꾸린 ‘핑크호텔’./사진제공=스타일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