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워싱턴의 심각한 당쟁 속에서도 최소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선 의견이 일치된다: 거대 기술기업들을 규제할 때가 됐다는 사실이다.◀
윌리엄 바 WILLIAM BARR는 지난 1월 법무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장황하긴 하지만 꽤 의미 있는 표현들로 미국 최대 테크기업들을 묘사했다. 그는 “현재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이 독점금지법이 시행되는 와중에도 어떻게 지금처럼 자리를 잡게 됐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바는 전형적인 공화당 변호사 출신지만, 예상과 달리 대기업에 적대적이다. 그가 사용한 “거대 기업(behemoths)”-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이들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기업들-이라는 표현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즉, 이 거대 기업들이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규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규제 공세에 맞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부와의 싸움에서 업계를 대표해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해왔다. 이 회사는 잠재적 위협이 될 기술(안면 인식)의 일부 만을 규제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어찌 보면 현명한 행보다. 반면 애플은 자사의 개인정보보호 방침이 페이스북과 구글보다 더 진실성이 있다며, 경쟁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회사는 앞으로 기술업계가 어떻게 외부 적들과 싸워나갈 것인지 미리 공개했다. 일부 형태의 규제를 지지하면서도 한편으론 잘못된 규제가 불러올 의도치 않은 결과를 경고하는 것이다(일부 주장은 분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만 하다. 기업들을 너무 혹독하게 규제할 경우, 중국 경쟁업체만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상황은 유동적이다. 하지만 정책 입안가들과 규제 담당자, 소비자들은 거대 기술기업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좀 더 엄격한 통제가 이뤄질 것은 거의 확실하다. 더욱이 미국에서 거대 기술기업의 규제는 양극화된 정치적 이견을 좁힐 주제이기도 하다. 주요 기술기업의 한 고위 정책 담당자는 “자유주의 우파와 포퓰리스트 좌파가 규합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과거 생각지 못했던 매우 거센 주장에 직면해 있다. 이들을 관리 감독할 중요한 규제 당국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영국 야당인 노동당은 독립 디지털 규제부서를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미국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예일대학교의 경제학 교수 피오나 스콧 모턴 Fiona Scott Morton은 “마치 주택담보대출과 같다. 그들은 오른손에 엄청난 혜택을 쥐고 있다”며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에게 상환액이 눈덩이처럼 증가하는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그의 재정상태가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모기지 규제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빠른 조치가 취해질 영역은 개인정보 보호 분야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데이터 보호규정(GDPR)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개인들에게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는 광범위한 조치다. 뒤 이어 캘리포니아 주도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Consumer Privacy Act)‘을 재빠르게 마련했다. 기업들은 2020년 발효 예정인 이 법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가능한 올해 안으로 캘리포니아 법안 및 발효 가능성이 있는 다른 지역 법안들에 앞서, 워싱턴에서 연방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협회(Internet Association)의 CEO 마이클 베커맨 Michael Beckerman은 “짜깁기한 누더기 법안을 적용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45명이 근무하는 이 업계 이해단체는 모든 비(非) 하드웨어 디지털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베커맨은 “주마다 각각 다른 전력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개인정보보호 법안이 곧 통과되면, 더 복잡한 많은 문제들의 해결은 오히려 지체될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적용해 온 독점금지법에 대한 재고는 특히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 같은 거대 기술기업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거대 기업들을 해산하려면 ’힙스터 반독점(hipster antitrust)‘ 이론으로 잘 알려진 새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 이론은 높은 소비자 가격보다, 기업들이 경쟁업체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에 더 초점을 맞춘다. 전통적인 독점금지법은 높은 소비자 가격의 폐해에 집중했다(보통 거대 기술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전혀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다). 로저 맥너미 Roger McNamee는 “이제 ’독점‘이라는 용어 대신 ’반경쟁‘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대 기업, 특히 페이스북을 저격하는 실리콘밸리의 오래 된 투자자다.
물론 거대 기업들 역시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대규모 자금을 앞세워 끊임없이 로비를 벌일 것이고, 대중들은 이들의 (종종 무료) 제품을 애용하며, 끊이지 않는 정쟁을 벌이는 환경 역시 이들에게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규제 역시 필연적으로 도입될 분위기다. 실시 여부가 아니라 시기만 남은 문제이다.
Adam Lashinsky 기자
번역 김아름 rlatjslqs7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