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US]떠들썩한 AI 열풍에 대한 비판적 시각

1960년대 대형 컴퓨터가 그랬던 것처럼, 인공지능은 업계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A.I. 활용의 성공 열쇠는 그 한계부터 깨닫는 일일 것이다. By Adam Lashinsky

꿀에 모여드는 벌떼들처럼, IT트렌드도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인터넷 초창기 시절에는 회사 이름에 ‘닷컴dotcom’이라는 단어만 붙어도 주가가 상승했다. 최근 몇 년 간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 데이터, 암호 화폐는 각각 한 차례 거품이 생성되고 꺼지는 사이클을 겪었다. 모든 트렌드에는 ▲진정으로 전도유망한 기술의 발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유행어 ▲열광적 투자자 ▲깨우침을 전파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컨설턴트들(물론 당연히 수수료를 받는다)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인공지능이라는 포괄적 문구는 현재 가장 중요한 IT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가 성취하려는 목표가 너무나 원대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A.I.에 과도한 희망을 거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A.I.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A.I.를 적용하느라 돈을 물쓰듯 쓰고 있다.

.I.의 거품을 경고하는 신호들을 살펴보자. 현재 벤처 투자자들은 A.I. 투자에 열광하고 있다. 리서치 기업 피치북 Pitch Book에 따르면, 이들은 작년 한 해 1,028개의 A.I.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2013년 291개에서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그 중 26개 기업 이름에 ‘A.I.’가 포함돼 있었다. 5년 전만 해도 1개에 불과했다. ‘무지몽매’한 펀드매니저들에게 A.I. 의 장밋빛 미래를 설명하는 관련 콘퍼런스 또한 넘쳐나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올해 의제에서도 최소 11명의 패널이 A.I.를 언급했다. ‘당신의 A.I. 전략을 세워라’, ‘A.I.경쟁 규칙을 수립하라’ 같은 표제가 등장했다(포춘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된 글로벌 테크 포럼에서도 A.I.에 관한 논의가 주류를 이뤘다).

일러스트=포춘US일러스트=포춘US



그 결과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다. ’과연 어떻게 상어 위에 올라타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MIT 디지털 경제 이니셔티브(Initiative on the Digital Economy)의 연구원 마이클 슈레이지 Michael Schrage는 “A.I. 지지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A.I.는 잘해야 비트코인처럼 끝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A.I.는 ▲자동화 ▲센서 기반의 제조업 모니터링 ▲기업 프로세스의 알고리즘 분석 같은 기존 트렌드들을 대폭 강화해 기업 경영을 혁신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다. 이미 기계는 컴퓨터 과학을 통해 인간보다 더 빠르게 일상 업무를 처리해왔다. A.I. 신기술은 처음으로 기계가 단순히 인간이 시키는 일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학습하도록 발전해왔다. 빠르게 발전하는 컴퓨터 연산능력과 수년간 축적된 디지털 데이터가 이 기술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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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멜론 대학(Carnegie Mellon University)에서 머신 러닝을 가르치는 톰 미첼 Tom Mitchell 교수는 “인공지능은 향후 10년 동안 사회 및 생활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주요 동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는 재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리서치 기업 IDC는 ’앞으로 3년간 약 800억 달러가 A.I.에 투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발 더 나아가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의 기술 및 혁신 최고책임자 폴 도허티 Paul Daugherty는 “기업들이 A.I.와 관련된 혁신에 투자하는 금액까지 고려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실제론 그 예상치를 뛰어 넘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존하는 다른 어떤 기술과 마찬가지로, A.I.가 이룰 수 있는 성과에는 한계가 있다. 자율주행차가 아주 좋은 사례다. 우리는 이미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율주행차를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자회사 웨이모 Waymo의 CEO 존 크래프칙 John Krafcik 조차도 “인간의 개입 없이, 인공 지능이 모든 날씨 환경 하에서 완벽하게 안전 운행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게다가 컴퓨터는 정확하게 정의된 작업을 수행하는 데에만 능통하다. 예컨대 사진 속 사람을 확인하거나 정확하게 연설을 받아쓰는 일은 잘한다. 하지만 인간의 동기를 이해하거나-인간의 뛰어난 통찰력인-행간의 미묘한 차이를 파악하는 건 여전히 기계의 역량 밖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미첼 교수는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아직 A.I.가 할 수 없는 일들이 있기에, 일부 CEO들은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기술경제학 교수 수전 애시 Susan Athey는 본인의 경영자 과정 수업을 듣는 기업 리더들에게 그들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또한 그들이 고용한 A.I. 과학자들의 한계도 상기시켰다. 그녀는 “(A.I. 기술 관련) 새 박사학위는 모두 돈 주고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학위는 어떤 일이 실패하고, 어떤 프로젝트는 해서는 안 되는 지에 관한 경험치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A.I.는 꽤 그럴듯하게 “마법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애시는 “AI는 개발자가 설계한 상황을 분석하는 데에만 최적화 되어 있다. 정작 접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에 대한 결정은 내리지 못한다”며 “A.I.가 인간을 관리한다는 건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다른 말로 하면 인공지능은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란 얘기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엘리먼트 AI Element AI의 CEO 프랑수아 가네 Francois Gagne는 고객들에게 “A.I. 솔루션은 딱 그 안에 축적된 데이터만큼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이들이 찾는 기회는 A.I. 적용 시스템을 가질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있다”며 “인공지능은 긴 여정과 같다. 구매해서 스위치를 켠다고 곧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A.I.의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가네는 유용한 A.I.를 구축하는 프로세스를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쳐 어른이 됐을 때도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에 비유했다. 기업이 제대로 된 A.I. 활용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엄청나게 비싼 허황된 돈 낭비로 끝날지 알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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