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 지난 수십년간 유럽 정치의 중심세력이었던 중도파가 크게 세력을 잃고,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과 녹색당이 대약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의회는 26일(현지시간) 밤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에 앞서 회원국들의 출구조사 또는 선거전 여론조사를 토대로 제9대 유럽의회 정치그룹별 예상의석 수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날 오후 11시 30분 기준으로 전체 751석 가운데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그룹이 178석을 얻어 유럽의회 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현재 의석수(217석)보다 39석이나 줄어든 것이다.
또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S&D) 그룹은 147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S&D의 전망 역시 현재 의석수(186석)보다 39석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예상대로라면 그동안 연정을 통해 유럽의회를 수십년간 지배해온 EPP와 S&D의 의석수는 325석에 불과해 과반체제(376석)가 무너지게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의 통합 강화를 주장하는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ADLE) 그룹은 현재(68석)보다 33석이 많은 101석을 차지하며 제3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EPP와 S&D가 유럽의회는 물론 EU 정치권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과 같은 반(反)EU 정치세력의 도전을 막아내기 위해선 ADLE 그룹에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DLE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포함돼 있어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또 녹색당(Green) 계열은 기후변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우려에 힘입어 현재 의석수(52석)에서 18석을 늘리며 70석(전체 의석의 9.3%)을 얻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선거에서 관심을 모았던 반(反)난민·반(反)EU를 내세우는 3개의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은 현재 의석수(154석)보다 19석 늘린 173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개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날 경우 난민정책 등 EU에 반대하며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 전체 유럽의회 의석의 4분의 1 가까이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60여년 EU 역사상 처음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라는 첫 회원국 탈퇴를 앞둔 EU에서 원심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은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과 녹색당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