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민노총, 택배기사에도 가입 구애…"올 조합원 200만" 현실되나

[勢 불리는 민노총]

민노총 '힘' 레미콘 사업장 곳곳에

사업주 "투쟁땐 설 곳 없어" 탄식

ILO 비준으로 권리투쟁 나서면

특수고용직 '세력 확장' 더 탄력

지난 4월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 소속 특수고용 근로자들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촉구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경제DB지난 4월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 소속 특수고용 근로자들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촉구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경제DB




2915A04 특수고용 종사자


경기도에서 중소 레미콘 회사를 운영하는 김학범(가명) 대표는 부산 지역 콘크리트믹서트럭(레미콘차) 기사들이 속속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건설 현장에서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건설노조의 막강한 ‘힘’을 봐왔던 터라 민주노총 바람이 경기도까지 올라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처럼 건설경기가 안 좋을 때 레미콘 기사들마저 민주노총에 가입해 권리 투쟁에 나서면 사업주는 설 자리가 없다”면서 “부산에 민주노총 가입 바람이 불었던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밤에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다”며 장탄식을 쏟아냈다.

최근 레미콘차 기사를 비롯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사이에 민주노총 가입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산업 현장은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특수고용 노동자는 220만9,343명, 민주노총 가입자 수는 99만5,861명이다. 이들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이후 민주노총에 가입해 사업장 안팎에서 권리투쟁에 나설 경우 이들과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들, 특히 중소업체들은 민주노총의 파워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도 이들 특수고용직의 민주노총 가입 바람이 민주노총의 ‘세 확장’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만큼 관련 업계는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레미콘 기사 ‘민주노총 천하’ 가능성=현재 여러 특수고용직 가운데서도 노동자성이 높아 산재보험이 적용된 분야에서 특히 노조 가입 바람이 매섭다.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 회원모집인, 대리운전기사, 건설기계조종사 등의 분야다. 최근에 민주노총 바람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사례는 부산 지역 레미콘 기사들의 민주노총 연쇄 가입이다. 원래 레미콘 기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는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련)였다. 그런데 올봄 부산 지역 레미콘 기사들이 속속 민주노총에 가입하기 시작했고 불길이 김해로 옮겨붙었다. 이후에는 창원, 그다음에는 부산·울산·경남 전역 레미콘 업계에 민주노총의 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은 서울·수도권 등 다른 지역의 레미콘 업체와 대기업 계열 레미콘 업체들에도 공포로 다가온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기사들의 민주노총 가입 전국화는 건설노조와 민주노총의 거대한 파워가 전국 레미콘 사업장 곳곳에 미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대기업 계열 레미콘 회사도 그들에 비하면 협상력이 보잘것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노총에 가입한 레미콘 기사들은 건설노조의 건설기계분과에 소속해 있다. 그러나 업계는 민주노총이 조합원을 추가로 확보해 건설노조에 레미콘분과를 신설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ILO 협약 비준 후 특수고용 전반 노조 바람=산업계에서는 민주노총의 세 확장이 특히 ILO 핵심협약 비준 이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정부가 비준을 추진하는 협약 87조는 ‘근로자가 어떠한 차별도 없이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준 후 이전까지 인정되지 않았던 특수고용직도 노조 설립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관련기사



ILO 협약이 비준되면 우선 학습지 교사들의 민주노총 가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민주노총 산하 학습지산업노조에 속해 있는 조합원은 650명 정도로 전체(약 4만5,000명)의 1.3% 수준이지만 ILO 협약 비준으로 단체 교섭권이 확보되면 숫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노총은 택배기사와 배달기사들에게도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국내 택배기사들이 소속된 노조 가운데 가장 큰 단체는 조합원 수 1,000명의 전국택배연대노조다.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노조가 화물연대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이들을 민주노총의 품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 지난 1일 ‘라이더유니언’을 공식 출범시킨 배달기사들도 아직은 독립노조로 활동 중이지만 민주노총에 가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언 위원장은 “독립노조로 활동하는 데 힘이 부칠 때는 민주노총에 가입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몸집을 더욱 키워가려는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아직 노조 결성이나 가입이 활성화되지 않은 택배·배달기사들이 ‘블루오션’이나 다름없다”며 “앞으로 이들을 상대로 한 구애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고직 민주노총의 블루오션”=노동계는 노조법 2조를 개정해 ‘근로자’의 개념에 특수고용직을 포함해 결사의 자유,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안에는 ‘특수고용자의 결사의 자유는 인정하되 단체교섭권 등 구체적 내용은 노사정 협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도 특수고용직의 노조 설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합원 100만명을 달성하고 올해 ‘200만 시대 도약’을 천명한 민주노총에 특수고용직은 ‘개척’이 필요한 영역이다. 민주노총의 세 확장은 내년 총선 등 정치권 일정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이번 정권 창출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게 사실 아니냐”며 “내년 총선에서 더욱 확실한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준 뒤 각종 노동 관련 숙원 사업들을 해결해나가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맹준호·김현상·변재현·이경운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