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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번아웃은 질병 아니다"

'제대로 관리 안된 직장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재정의

편안한 대화·운동이 극복에 도움

세계보건기구(WHO)가 ‘번아웃’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재정의했다. 동아제약의 피로회복제 ‘박카스’ 광고.세계보건기구(WHO)가 ‘번아웃’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재정의했다. 동아제약의 피로회복제 ‘박카스’ 광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2022년부터 적용되는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에서 ‘번아웃(burnout)’을 질병에서 제외했다. 대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재정의하고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판단했다.

ICD는 질병 진단과 건강보험 급여 등 청구·지급 때 사용하는 기준이다. WHO는 지난 1990년부터 적용해온 ICD-10을 최근 개정했다.

WHO는 번아웃 증후군의 특징으로 △에너지 고갈 및 소진(탈진)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에 관한 부정적·냉소적 감정 등의 증가 △직무효율 저하 등을 꼽았다. 동시에 “번아웃은 구체적으로 직업과 관련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지칭하며 삶의 다른 영역의 경험을 묘사하는 데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보인다면 번아웃 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492명을 조사했더니 95%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윤현철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혼자 끙끙 앓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틈틈이 여유를 갖고 편안한 대화, 운동·여가활동 등을 통해 재충전 시간을 갖는 게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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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번아웃이 독립적인 질병인지, 우울증·불안장애·적응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 증상의 일종인지 논란이 있었다. WHO의 정의와 달리 가사나 일상생활에서도 번아웃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는 견해도 상당수다. 번아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 예방·조기 치료를 받는 경우가 적고 자신이 번아웃 상태인지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를 누구나 겪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한몫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는 “번아웃을 겪으면서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우울증·적응장애·불안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으로 증상이 심각해진 뒤)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 퇴사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은 원인이 아닌 현상을 보고 진단하기 때문에 고혈압·당뇨처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번아웃 역시 환자에게서 여러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어떻게 진단하고 예방·치료해야 할지 학계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방전된 스마트폰이라고 해서 나쁜 스마트폰이 아니다”라며 “직장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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