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전문성·독립성 부족” 국민연금기금 평가 ‘양호’→‘보통’ 하향

기재부, 2019년 기금평가 결과

국민연금기금 '양호'→'보통'으로 하락

농어가목돈마련저축기금은 폐지 권고

/서울경제 DB/서울경제 DB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기금이 올해 정부의 자산운용평가에서 처음으로 ‘보통’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양호’ 등급에서 한 단계 하락했다. 의사결정체계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따라서다. 1976년 첫 도입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은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 권고를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기금평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기금평가는 정부가 기금의 존치 여부와 운용 실태를 평가하기 위해 매년 시행하는 제도로 올해는 민간 전문가 35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참여했다.


639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기금은 지난해 ‘양호’ 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보통’ 등급을 받았다. 이는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 독립행정법인(GPIF),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 등 국민연금기금과 규모와 성격이 비슷한 세계 5대 연기금과 비교 평가한 결과다. 이번 결과는 글로벌 비교평가를 시작한 2017년 이래 가장 낮은 등급이다. ‘보통’은 △탁월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아주 미흡 등 6개 가운데 4번째 등급이다.

기금평가단은 국민연금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책임투자 확대, 투자 다변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의사결정체계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부족하고 전문인력 관리, 자산운용 실적 등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기금은 특히 기금 운용의 핵심인 의사결정체계와 자산운용시스템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민간위원을 선정하면서 전문성보다 대표성을 강조하는 점, 위원장이 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이 주요 부처 차관으로 구성돼 정치적인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연금공단이 전북 전주로 이전한 뒤 기금운용본부장(CIO) 공백이 1년 넘게 이어진데다 핵심 운용인력 유출이 심해진 점도 전문인력 관리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도 기준 수익률(-0.26%)보다 낮은 -0.92%에 그쳤다. 평가단은 “2025년 이후 기금 규모 1,000조원 시대에 부응하는 자산운용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향후 40년간 발생할 기금 규모의 변동을 고려해 매년 작성 중인 5년 단위 ‘중기 자산 배분’을 보완하기 위한 ‘장기시계 자산 배분 전략’을 추가로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국민연금기금은 2041년 1,778조원으로 최대 규모에 달한 뒤 2057년 소진될 것으로 추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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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회계연도 기금 자산운용평가 결과. /자료=기획재정부2018회계연도 기금 자산운용평가 결과. /자료=기획재정부


국민연금기금을 제외한 39개 기금의 평균 점수는 71.5점으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탁월’ 등급을 받은 기금은 공무원연금기금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4개였다. 문화예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은 2년 연속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

‘우수’ 등급은 고용보험기금,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등 7개 기금이, ‘양호’ 등급은 무역보험기금, 복권기금, 원자력기금 등 24개 기금이 받았다. ‘보통’ 등급을 받은 기금은 농지관리기금,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 등 4개(국민연금 제외)였고 ‘미흡’, ‘아주 미흡’ 등급은 없었다.

23개 기금을 대상으로 한 존치평가에서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에 대한 폐지 권고가 나왔다. 이 기금은 장려금을 지급하는 저축 한도가 연 240만원에 불과해 농어가 재산형성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가입자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 폐지 추진 사유로 꼽혔다. 이 기금은 지난해에도 ‘아주 미흡’ 등급을 받아 조건부 존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에 대해서는 ‘조건부 존치’ 권고가 내려졌다. 일몰 예정인 2022년 말까지는 존치하되 사업 내용이 유사한 언론진흥기금과 단계적으로 통합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금평가 결과를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하고 자산운용평가 결과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내년도 기금 운용계획안 수립 등에 반영할 계획이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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