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느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열린 달리기 장면을 떠올리고는 한다. 운동장에서 5명의 학생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그런데 2등으로 달리던 학생이 갑자기 넘어지고 말았다. 1등을 가리는 경기였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은 1등을 굳힐 수도, 순위를 올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일제히 달리기를 멈추고 넘어진 친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파하는 친구의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이들이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행복의 품격’이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격언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처럼 사회적 가치는 공정과 포용·공존과 배려를 연상시킨다.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살고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효율성과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과거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체계는 공공성과 참여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마다 설립 배경과 목적·주요사업 등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의 기준과 공공성 유무를 판단하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SK그룹이 추진한 ‘사회적 가치 실현 경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그룹은 국내 최초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같은 기간 사회적 가치의 창출 성과를 화폐로 계산해 관리하는 것이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SK그룹 주력 3개사가 지난해 거둔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가 12조원을 웃돌았다고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연비 개선과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있는 고급 윤활기유를 개발했고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불순물을 처리하는 ‘스크러버 장치’ 등을 개조했다. SK텔레콤은 ‘티맵 운전습관’ 서비스를 통해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윤리 경영, 사회적 책임 활동 등에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착한 경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착한 이윤을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 경영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전략일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사람 중심 경제’ 또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국토정보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혁신창업 생태계 구축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스타트업의 미래를 위한 도전을 지원하며 열정에 대한 책임과 위험부담을 함께 나눠 짊어지는 이유다. 미시적 차원에서 손익계산을 따지기보다는 진정 우리가 추구하는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위해서라면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남긴 말 “포기하지 말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