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勞 '울산 중심' 기득권 지키기…現重 장기생존 위해선 불가피

[혼돈의 현대重, 왜 이렇게 됐나]

한국조선해양 서울 이전

使 "남는 부채는 향후 매출 돼

이젠 살찌울때…투쟁 멈춰야"

일각선 "물적분할 자체가 아닌

대우조선 인수합병 위한 선택

현대중공업 노조가 29일 울산광역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회사의 법인분할에 반대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노조는 지난 27일부터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농성 중이다.  /연합뉴스현대중공업 노조가 29일 울산광역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회사의 법인분할에 반대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노조는 지난 27일부터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농성 중이다. /연합뉴스




3015A04 현대중공업


31일로 예정된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고 주총장인 울산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가운데 29일 울산의 현대자동차 노조는 연대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날 송철호 울산시장은 삭발까지 했다. 울산은 지난 1990년 4월 현대중공업 골리앗 파업과 같은 전운이 감돈다.

노조의 입장은 분명하다. 물적분할(법인분할)은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며, 울산에 남는 현대중공업은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양측이 접점이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울산에 기반을 둔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 법인의 실적악화에서 찾고 있다.


노조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투쟁 이유는 ‘신설 현대중공업에 남는 과도한 부채 때문에 재무구조가 부실화되고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주총에서 분할 안이 통과되면 기존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그의 100% 자회사인 사업법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된다. 분할 전 7조2,215억원인 부채는 한국조선해양에 1,639억원, 현대중공업에 7조576억원이 남는다.

숫자상 편중돼 얼핏 노조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사측은 관련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할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지주회사법에 따라 사업 관련성이 있는 부채를 각 회사가 승계한다. 신설 현대중공업 부채 중 약 3조1,000억원이 선수금과 충당부채라는 얘기다. 선수금은 회계상 부채로 분류되지만 실제로 나중에는 오히려 현금이 들어오는 것이고 향후 매출로 바뀌어 ‘착한 부채’라고도 불린다. 충당부채도 앞으로 지출될 수 있어 회계상 잡아놓았을 뿐 공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현금이 나가지 않는다. 또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의 100% 모회사로 부채에 대해 연대 변제 책임을 진다.


노조의 부채에 대한 문제 제기는 표면적 이유일 뿐 결국은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감축 불안감이 원인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조선업 보릿고개’로 인해 많은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났다. 2015년 2만7,409명이던 직원은 2016년에는 2만3,077명, 2017년 1만6,504명, 지난해 1만4,785명으로 매년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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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 구조조정은 한국 조선업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회사 측은 “이미 회사 인력이 많이 줄었고 지난해부터 수주가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제는 다운사이징이 아니라 오히려 살을 찌울 때”라며 “그래서 분할 이후에도 단체협약과 고용·복지 등을 모두 보장한다고 약속했지만 노조가 막무가내로 투쟁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해외 기업결합심사 전에 물적분할을 서두르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정치권과 노조의 의문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분할을 하고 구조를 잡아놓아야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며 “분할은 사측이 마음대로 결정한 게 아니라 산업은행 등 거래 관계자와 합의에 의해 정해진 것이고 대우조선해양과의 결합으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물적분할 자체가 아닌 ‘울산 현대중공업의 축소’에서 찾는다. 과거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동의어였다. 현대중공업이란 이름 안에 현재는 개별 기업인 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로보틱스 등이 한 회사로 붙어 있었다. 그러다가 2017년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중공업지주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체제로 바뀌고 현대중공업 또한 계열사 중 하나로 남게 됐다.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의 본사는 서울 계동 현대사옥으로, 지주회사는 대구에 자리를 잡았다.

이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은 2년 만에 다시 분할을 앞두게 됐다. 현대중공업을 100% 지배하는 한국조선해양이 출범하면 서울에 본사를 둔다. 노조는 이를 두고 “울산 현대중공업은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울산 본사 신설법인에 기존 인원 중 약 500명을 제외한 1만4,000명이 남게 되며 연구개발 기능을 뺀 영업·설계·생산 기능이 모두 존속한다”고 반박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이 서울로 떨어져 나가 울산 현대중공업을 관리한다는 구조 자체를 노조가 거부하는 것 같다”며 “지역 정치권까지 합세해 합리적 대화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 지역구의 김종훈 의원(민중당)은 국민연금에 물적분할을 반대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국민연금은 이날 “(물적분할) 안건을 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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