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이 기금을 맡긴 위탁운용사들이 비도덕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정책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지난 4월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2017년 태림페이퍼 자진상장폐지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행사한 주식 매도청구권 가격이 부당하다며 수원지법으로부터 약 9억원가량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또 다른 위탁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도 과거 일감 몰아주기 사례인 한화그룹의 한화시스템과 현대차그룹의 이노션 지분 인수에 참여했던 이력이 논란이 됐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기업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해 관리하겠다는 국민연금의 발표와는 모순되는 점이다. 이에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이들이 국민연금의 ‘책임투자형’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것은 아니기에 국민연금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책임투자형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에도 책임투자와 관련된 문항은 ‘책임투자형 선정 시 책임투자 운용프로세스 등 유형 특성을 고려해 평가’라는 한 줄로 요약돼 있는 등 사회책임투자 관련 규정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 1월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대상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겠다는 책임투자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현재 약 27조원을 책임투자형으로 운용하고 있다. 전체 운용기금 667조원(2019년 2월 말 기준)에 비하면 일부이지만 이는 국내 책임투자 운용기금 전체의 97%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국내 사회책임투자 활성화에 있어 국민연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현재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 관련 철학도, 능력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오는 6월 발표를 앞둔 ‘사회책임투자 로드맵’이 국민연금의 진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