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신세계백화점에서 간판을 바꿔 단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에 롯데가 신세계 색(色) 지우기에 본격 나섰다. 롯데는 올해 1월 신세계와 대전에서 알짜점포 인천점을 꿰차면서, 신세계 정체성을 지우고 ‘인천=롯데’ 공식세우기에 들어간 것이다. 롯데는 인천터미널점을 ‘백화점 식품관 첫 디지털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애슬레저(운동+레저)·아트콜라보 성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통상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본점이나 서울내 점포가 아닌 인천터미널점에서 먼저 도입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의 지난해 1차 대전인 인천터미널점에서 롯데가 승리해 거점점포 만들기에 들어가면서, 다음달 말 있을 영등포전을 둘러싼 롯데와 신세계 간 전운이 최고조에 이르는 모습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은 올들어 4월까지 누적매출 1,700억원을 올리며 롯데백화점 점포 매출 순위에서 4위를 기록했다.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에 이은 기록이다. 롯데 서울 내 알짜점포로 꼽히는 영등포점과 어깨를 겨누는 성적이다. 인천터미널점은 롯데로 넘어온 뒤 신세계 당시 매출을 넘어서며, 올해 예상매출 8,000~9,000억원으로 조만간 ‘1조원’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는 인천터미널점에서 신세계 정체성을 완전히 지우고 이를 롯데의 상징점포로 만든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인천터미널에는 서울 점포보다 앞선 실험적 시도를 도입되고 있다. 롯데인천점은 엘리베이터홀 전체를 가장 촉박받는 한국화가 중 한명인 임태규 작가의 작품으로 벽 전체를 도색해 갤러리로 변모시켰다. 엘리베이터홀은 고객이 대기하는 공간으로 주말 등에 고객이 몰리며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이 공간을 고객휴게 공간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엘리베이터홀을 하나의 아트 갤러리로 변화시킨 것은 인천터미널점이 업계 처음이다. 업계에선 고객과의 친밀함을 중시하는 롯데만의 스타일이그대로 접목됐다는 평가다.
롯데인천점은 롯데 내에서 가장 먼저 식품관 디지털화에 나섰다. 롯데는 최근 1월부터 4개월 동안 대대적인 식품관 리뉴얼을 진행, ‘디쉬(DISH) 스캐닝 시스템’과 ‘터치패드 오더 시스템’을 점포 중 가장 먼저 도입했다. 접시에 내장된 결제용 칩을 통해 자동으로 금액이 계산되는 회전초밥 코너, 무선 통신기술을 활용해 가격 정보 표시 시스템으로 상품, 가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쇼카드’를 롯데백화점 최초로 본점이 아닌 인천터미널점에 접목했다.
또 요즘 가장 인기있는 애슬레저의 대명사 점포로 만들기 위해 인천터미널점 4층에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모든 종류를 선보이는 ‘아디다스 스타디움’ 매장을 마련했다. 아디다스 스타디움 매장은 중국 상하이에 이어 이번이 세계 두 번째다.
롯데가 수년간 법정공방을 거친 끝에 끝에 신세계로부터 인천터미널점 경영권을 따내면서, 이에 대한 풍선효과로 다음달 롯데와 신세계의 영등포 대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조원 매출을 눈 앞에 둔 인천점을 뺏기면서, 신세계는 영등포점에 대한 의지가 더욱 굳건해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롯데도 영등포점을 뺏기면 인천점을 확보한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보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기획재정부의 서울 면세점 입찰권까지 나오면서, 신세계가 영등포점과 이마트,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을 잇는 일명 ‘신세계타운’을 조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규점포 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알짜점포 인천터미널점이 롯데의 총력적인 지원 속에서 매출이 늘며 롯데는 이를 거점점포로 만드는 중”이라며 “면세점 입찰까지 나온 상황이라 신세계는 영등포에 입성해 신세계 타운으로 면세점까지 입점시키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에, 인천점 풍선효과로 롯데와 신세계의 영등포 대전은 더욱 뜨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영등포역과 서울역 상업시설을 운영할 신규 사용자를 사전 자격심사, 가격입찰 등을 거쳐 6월 말까지 최종 낙찰자를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