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사만 접근할 수 있는 4,000만명의 개인 신용정보가 순차적으로 개방된다. 핀테크·스타트업 기업을 비롯해 학계, 일반기업에서도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개발과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말까지 금융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도 열린다.
금융위원회는 3일 신용정보원·금융보안원과 함께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신용정보원은 금융사 5,000개로부터 받은 4,000만명의 신용정보를 가공해 민간에 제공하는 금융 빅데이터 서비스인 크레DB 서비스를 선보인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는 일반신용 데이터베이스(DB), 보험신용 DB, 기업신용 DB, 맞춤형 DB, 교육용 DB 등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신용정보원은 금융 빅데이터 개방의 첫 단계로 4일 약 200만명의 대출, 연체, 카드개설 정보 등 25개 데이터가 담긴 일반신용 DB를 개방한다. 이는 전체 신용정보 4,000만명의 데이터 가운데 5%를 샘플링한 것으로 모두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비식별조치를 거쳤다. 하반기에는 지역·업종별 기업 부채 규모와 연체 정보로 구성된 기업신용 DB와 보험가입·유지 현황 등의 정보가 담긴 보험신용 DB로 개방 범위가 순차적으로 확대된다. 올 하반기에는 개인정보 유출이 없는 가상 데이터인 교육용 DB가 대학 등 학계에 열리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이용자가 요구하는 대로 정보를 추출·가공한 맞춤형 DB도 제공된다.
이 같은 금융 빅데이터 개방은 개인의 소비·투자행태와 위험 성향 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보다 정확도가 뛰어나 활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종원 신용정보원 선임은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데이터 분석 전문 인력 양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 개인·기업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금융 분야 데이터 거래소’도 열린다. 금융보안원은 금융사를 비롯해 통신·유통 등 기타 산업 등 서로 다른 산업 간의 비식별조치된 데이터가 거래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빅데이터 혁신을 위해서는 국회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내년 금융 데이터 거래소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중간에서 데이터를 필요한 형태로 가공해주는 데이터 전문기관이 필요한데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용정보법부터 개정돼야 해서다.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빅데이터 경제 3법은 국회 마비로 법안 심사 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심의될 예정인 신용정보법을 비롯해 빅데이터 경제 3법 개정안에 따라 익명 정보 중심의 빅데이터를 활성화해 민간과 공공의 데이터 개방을 적극적으로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의 갈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당국과 금융기관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비하기 위해 제공되는 DB를 모두 비식별화 과정을 거쳤지만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완벽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0일 “정부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 정책을 쏟아 내는 반면 빅데이터 활용으로 위협받게 될 시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호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