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베이비부머 모셔라"...은행 유치전 후끈

내년부터 年 70만~80만명 퇴직

신한·KB·하나 컨트롤타워 신설

퇴직연금 사업 강화에 역량 집중

지난 3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18회 부부은퇴교실’에서 은퇴를 앞뒀거나 이미 은퇴한 5060 고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신한은행지난 3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18회 부부은퇴교실’에서 은퇴를 앞뒀거나 이미 은퇴한 5060 고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신한은행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가운데 실버고객(은퇴자)을 잡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전담 인력 확충은 물론 연금운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그룹 계열사 간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연금고객에게 일대일 맞춤형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5명의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올해 말까지 전담인력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고객층 확대에도 나선다. 전담 인력과 시스템 개발 등에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시장선점을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신한금융·KB금융 등은 연금 운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지주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계열사인 은행·증권·보험 등과 적극적인 협업에 나서고 있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내년부터 실버고객을 누가 많이 확보하느냐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퇴직연금을 포함해 가파르게 증가하는 은퇴자 금융자산을 놓고 금융권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업강화로 은행들의 시니어 자산 비중은 증가 추세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대출을 제외한 개인고객 자산(예금·펀드·보험 등 포함)에서 60대 이상 고령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2년 만에 2.4%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개인영업그룹에 은퇴 전후 세대를 위한 마케팅을 전담하는 시니어마케팅팀을 신설한 우리은행도 50대 이상 시니어 시장 영업에 공을 들인 결과 자산 비중이 전체 개인 고객 자산에서 절반 이상(56%)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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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초고령사회(고령인구 비중 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은퇴 인구 증가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들의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생산연령인구를 벗어나는 65세 인구는 68만명에 달하며 2024년에는 78만명, 2026년에는 한 해에만 91만명이 은퇴연령에 진입한다. 앞으로 7년간 총인구의 10% 이상인 535만명이 은퇴금융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은퇴 시장이 이미 은퇴한 60대 이상 고령자는 물론 은퇴를 앞두고 금융자산을 본격적으로 늘리는 50대 예비은퇴자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늦은 취업과 만혼·학자금 등 부채 부담으로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는 20~30대 고객층과 달리 50대 이상 실버 시장은 퇴직연금에, 노노상속(고령의 부모가 고령의 자식에 상속) 자금까지 유입되며 급격하게 팽창할 것”이라며 “시중은행들이 자칫 부동화될 수 있는 고령 고객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한 특화 상품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본 금융사들도 베이비부머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 약 806만명)의 은퇴가 본격화될 무렵 ‘단카이 머니’를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후자금 관리나 상속을 위한 신탁, 상속·증여 컨설팅 등 은퇴시장에 특화한 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져나왔다. 최근 국내 은행들도 중소·중견기업을 운영하는 고액자산가들의 유산정리와 가업승계 등을 자문하는 서비스를 내놓는 등 은퇴시장에 특화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2014년 ‘신한미래설계’라는 은퇴브랜드를 출시하며 645명의 전담 컨설턴트를 전국 영업점에 배치했던 신한은행은 은퇴생활비 전용통장인 ‘미래설계통장’으로 200만명 이상의 은퇴고객을 유치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조만간 모바일 플랫폼에서 모든 연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내 모든 연금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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