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희옥칼럼] 미중 무역전쟁 이후 한국의 생존법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미중 전쟁 '겁쟁이 게임' 치달아

한국에도 선택 강제할 위험 커져

'국가가 시장개입 않는다' 밝히고

핵심산업 설계 원점서 재점검을




미국이 중국의 체제 존재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 물러설 수 없는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중 양국 모두 금지선을 넘으면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겁쟁이 게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 전쟁은 경제적 상호확증파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기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휴전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의 중추기업인 화웨이를 정조준하면서 마지막 전투가 진행 중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1,000억달러 매출에 18만명의 종업원을 가진 중국의 대표기업이다. 특히 미래 핵심산업인 5세대(5G) 통신장비와 휴대폰을 공급하고 있으며 거대한 화웨이 가치사슬망을 만들었다. 특히 4G와 질적으로 다른 5G는 편의성, 연결성 및 기회,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사이버 위협과 국가안보, 디지털 무기경쟁을 집약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의 홍색공급망을 여기서 끊지 않으면 미국의 국가이익과 안보이익의 침해를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연일 중국을 때리고 있다. 화웨이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인텔과 퀄컴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고 구글은 화웨이 휴대폰에 유튜브와 e메일·구글지도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심지어 과학기술자의 인적교류를 중단시키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화웨이 휴대폰 판매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생산 라인을 줄이기 시작했고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자를 통해 화웨이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선순환 고리에도 이상이 생겼다.


그러나 여기에서 밀리면 미국이 만든 국제질서 속에서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기에 중국도 ‘강대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중소 분쟁기에 버금가는 평론을 쏟아내면서 미국의 ‘유아독존식 패권주의’에 대한 저항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결기의 배경에는 5G와 인공지능(AI), 독자적 항법장치, 빅데이터를 연계하는 방식을 통해 첨단기술의 상업화에 성과를 거뒀고 심지어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해 그간 난공불락이었던 암호체계를 풀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적어도 미국의 기술을 훼손할 수 있는 샤프파워(sharp power)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데이터 플랫폼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희토류·리듐 등 광물자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자원 분야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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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화의 모멘텀이 오는 6월 말 오사카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될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특정한 시점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 사회주의체제의 정당성과 시진핑 리더십이라는 예민한 곳을 건드렸고 중국도 사회주의의 길을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이러한 무역전쟁이 끝나면 중국은 권위주의체제의 효율을 최대한 활용해 기술 자주화와 가치사슬체계를 만들고자 할 것이며 여기에 필요한 광물자원의 무기화, 전력구성의 재조정 등을 통한 지구전을 준비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상호불신 심화로 독자적 이념과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진영의 논리를 고착시켰던 냉전 2.0이 나타날 수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에도 선택을 강제할 위험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참여할 것인가를 물을 것이고 패권국가의 여유를 잃은 미국도 5G 문제를 동맹을 대하는 리트머스 테스트로 간주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미리 천명하고 이를 외교적 자산으로 축적할 필요가 있고 미래 핵심산업 설계를 원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조정, 과학기술 인재의 흡수, 대학 혁신도 게을리할 수 없다. 5G 시대는 ‘가격 대비 성능’ 대신 성능의 초격차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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