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운전자 “조현병 앓아”…정신질환자 면허관리는?

사고차량 운전자 아내 “남편, 조현병 앓지만 최근 약 안 먹어” 진술

현행 운전면허제도는 환자가 정신질환 밝히지 않으면 관리 불가

'수시적성검사'도 '6개월 장기입원 환자'부터 적용

도로교통공단 “약 먹는 조건으로 운전 허용해도 관리 부족”

4일 오전 7시 34분께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부근에서 역주행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4일 오전 7시 34분께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부근에서 역주행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어린이·예비 신부를 비롯해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신 질환자 운전면허 취득’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뜨겁다.

경찰에 따르면 4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 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지점에서 라보 화물차가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라보 화물차에 타고 있던 박 모(40) 씨와 박 씨의 아들(3)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으며 포르테 운전자 최 모(29) 씨도 숨졌다. 조사 결과 경남 양산에 거주 중인 박 씨는 이날 새벽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의 아내는 새벽에 남편이 아들과 갑자기 사라진 것을 알고 사고 직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당시 박 씨 아내는 “박 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 최근 약을 먹지 않아서 위험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 아내가 박 씨의 정신 병력을 언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번 사고의 원인이 조현병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조현병을 비롯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운전자의 면허 관리 규정에 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82조에 따르면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정신질환자 또는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또 우리나라는 면허 취득 시 운전자가 자신의 질병을 자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중증 정신 질환자가 아닌 정신 질환자의 경우 수시로 적성검사를 받는 조건으로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운전자가 애초 질병 유무를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면허 취득 이후 운전자의 정신 질환 유무를 가려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일반 운전자 중 1종 면허 소지자 혹은 만 70세 이상의 2종 면허 소지자에 한해 정기 적성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검사에서는 운전자의 청력과 시력 등 간단한 신체 능력만을 측정한다. 만일 정신 병력이 있고 2종 보통 면허를 소지한 운전자가 면허 시험을 응시할 때 자가 체크리스트에 병력을 작성하지 않으면 적성 검사의 대상 자체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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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도로교통공단 측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자진 신고’ 제도가 투명성이 결여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는 입장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일부 신고를 하지 않는 운전자가 있더라도 건강 보험을 통해 관련 치료를 받은 운전자에 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 제공 받은 정보를 토대로 ‘수시 적성 판정 위원회’를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수시 적성 판정 위원회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운전자가 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운전의 가능 여부 등에 대한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면 ‘조건부 면허 유지’를 허용할지 판단하는 위원회다. 하지만 관계자는 “만약 운전자가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치료를 받거나 한다면 도로교통공단 측에서는 알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법 상 정신질환자 혹은 뇌전증 환자 등에 대해 실시하는 수시 적성검사의 대상자를 ‘6개월 이상 장기 입원치료 대상자’로 규정한 것도 문제다. 중증질환자에 의한 대형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마련한 규정이지만 장기입원 치료 기록이 없다면 운전을 하기 어려운 중증질환자도 아무런 제재 없이 운전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지난 3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채익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료인 및 경찰이 정신질환 등 안전운전에 장애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도로교통공단에 수시 적성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무조건 중증정신질환자의 운전을 제한하기보다 의료인과 경찰의 판단에 따라 수시 적성검사를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사고 차량 운전자인 박 씨는 약을 한동안 먹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정신 질환을 겪는 운전자들에게 ‘약을 복용하는 조건’으로 운전을 허용하는데 이후 관리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병이 있다고 해서 모두 면허를 박탈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라며 “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이 증가하는 만큼 보건복지부에서 환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고속도로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박 씨의 화물차가 역주행하다가 정상 주행하던 포르테 승용차와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박 씨의 아내의 진술을 토대로 박 씨가 평소에 어떠한 치료를 받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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