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500만원만 들고…오피스텔 '유령투자' 주의보

"10~30% 수익…청약 불이익 없다"

100실 미만 소규모 오피스텔 대상

제도 허점 노린 초단타 세력 기승

가격 혼란에 실수요자들 피해 커

명의 빌려줬다 투자금 못 받기도

당국선 "위법 아냐…단속 어렵다"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초단타 투자자’ 모집 안내문.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초단타 투자자’ 모집 안내문.



# 지난 2일 청약결과를 발표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사역 멀버리힐스’ 오피스텔. 3호선 신사역 바로 앞에 위치한 초역세권 입지로 청약 전부터 입소문을 탄 이 오피스텔은 83실 추첨에 무려 7,000여 명이 몰리면서 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분양 관계자들은 “청약을 신청한 사람 대부분은 실수요자가 아닌 ‘초단타’ 세력에 명의를 빌려준 유령들”이라고 말했다.

청약시장의 제도적 허점을 노린 오피스텔 초단타 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500만 원 안팎의 소액 투자로 단기간에 수백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유령 투자자를 모집해 ‘편법 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초단타 투자로 인해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 ‘초단타’ 투자자 모집합니다 = 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은 ‘초단타 투자’, ‘게릴라 투자’, ‘초피(초기 프리미엄) 투자’ 등 문구를 걸고 부동산 온라인 카페나 오픈 채팅방, 블로그 등을 통해 암암리에 투자자를 모은다. 투자자들에게는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신분증 사본, 통장 사본 등 개인정보와 청약금을 받는다. 이후 투자자의 당첨 사실이 확인되면 매수자를 찾아 웃돈을 받고 명의이전을 주선한 뒤, 웃돈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피(프리미엄)’로 지급한다. 이들은 “당첨과 무관하게 청약금은 100% 환불되고 청약 재당첨 제한 등 피해도 전혀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피’를 받는 투자자들은 당첨된 동·호수 등에 따라 대체로 50~300만 원 정도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등 인기 지역 오피스텔 청약금이 500~1,000만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10~30% 가량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투자가 가능한 것은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업무시설로 분류돼 주택법이 아닌 건축물 분양법 적용을 받아서다. 아파트 청약에서는 불가능한 ‘꼼수’들이 오피스텔에서는 가능해지는 것. 청약 때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분류되지 않는 한 청약 후 명의 이전도 가능하다. 투기과열지구라도 100실 미만의 소규모 오피스텔은 전매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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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 작은 오피스텔 집중 노려, 정부는 단속 어렵다 = 최근 세력들의 타킷이 된 오피스텔은 신사역 멀버리힐스를 비롯 청량리 해링턴플레이스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안 된 곳이나 총 실 규모가 작은 곳들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100실 미만이 주 대상이다.

문제는 이 같은 거래가 오피스텔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가격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벌떼 같은 ‘유령 투자자’에 밀려 실수요자들은 어쩔 수 없이 시장 가격보다 웃돈을 주고 매입할 수 밖에 없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전매제한에 걸리지 않는 오피스텔이라면 당첨자의 90% 가량이 초단타 투자자들로 채워진다”며 “분명한 시장 교란 행위지만, 불법이 아닌데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일이어서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점조직 형태의 세력만 믿고 투자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해도 구제를 받기 어려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 투자자는 “신탁사에서 보증하는 계좌라고 해서 믿고 돈을 보냈지만, 당첨이 안 된 뒤에도 환불이 제대로 되지 않고 연락도 잘 닿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당국은 뾰족한 대책 없이 뒷짐만 지고 있다. 지난해 건축물 분양법 개정으로 최소한의 감시망은 만들어놨지만 여전히 구멍이 많다. 하지만 규제 범위를 넓히자니 ‘과잉 규제’라는 비판 탓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소규모 오피스텔이나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지역의 오피스텔까지 전수 관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개별 지자체가 감시하고 있지만 위법 행위가 아니라면 단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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