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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박지연에게 오디션 100번 도전이란.."항상 겸손해라"

‘해치’가 발견한 ‘특급 신예’ 인터뷰

‘정리여왕’으로 불러다오 “청소 할 때 희열 느껴”

“6개월간 함께한 드라마 ‘해치’는 배우로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해치’ 종영 인터뷰차 만난 박지연은 예상하지 못한 ‘행운의 여신’부터 그를 가슴 뛰게 하는 ‘정리의 여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터뷰 시간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 순수해서 더 어려웠던...‘초홍’과의 만남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변요한(김희성 역)의 어머니인 김혜은(강호선 역)의 젊은 시절과 JTBC ’라이프‘의 카리스마 응급실 간호사 이소정 등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박지연이 최근 종영한 SBS ’해치‘에서는 일명 ‘정일우 짝사랑女’인 초홍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박지연이 연기한 ‘초홍’은 들병장수 출신으로 청순한 뇌를 가졌지만 삶에서 터득한 지혜가 있으며, 한번 믿고 마음을 준 사람은 세상 모두가 그 사람에게 등을 돌려도 끝까지 곁을 지키는 의리를 지닌 인물이다. 더불어 정일우(이금 역)와는 남다른 인연으로 얽히면서 극 전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는 ‘초홍’이란 인물이 ‘레미제라블’ 속 에포닌과 비슷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오디션 당시에도 이금을 사랑하는 초홍을 놓고 마리우스를 사랑하는 에포닌의 느낌을 빗대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초홍’의 내면을 알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김이영 작가는 보이시하고 선머슴처럼 느껴졌던 초홍이 아닌, 노란 개나리 같이 쨍한 느낌의 사랑스런 초홍이를 그리길 원한 것.

”대본을 보고 그렸던 초홍이의 본질을 잘 잡아가고 싶었는데, 작가님이 말씀 하셨던 걸 잘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아서 죄송하기도 하다. 제가 생각했던 캐릭터랑 다른 느낌이 있어서 혼란이 왔었던 것 같다. 현실에 있을법하지 않은 순수한 눈을 가진 인물이 바로 초홍이다. 때 묻은 저에겐 어려웠나보다.(웃음)“

박지연은 “‘해치’는 저의 가장 부족한 면을 많이 알게 해준 작품이다”고 자평했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좋은 감독, 스태프, 배우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현장에서 분위기가 좋아서, 내내 밝은 분위기에서 할 수 있었다. 감독님 스태프, 모든 스태프가 ‘잘하고 있어’ 용기를 많이 주신 점이 감사하다. 알고 있어도 말하기 쉽지 않으실텐데, 먼저 다가와주셔서 되게 좋았다. 결국엔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좋아서 ‘좋았구나’ 생각이 든다. 이 좋은 발판을 토대로 다음 작품도 더 선명한 캐릭터를 만들어 더 깊이 있는 모습으로 임하고 싶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정일우, 고아라를 ‘진짜 멋있는 배우’라고 칭했다. 대상포진에도 투혼을 벌인 정일우, 발목 부상에도 밝은 에너지로 촬영에 임한 배우들의 모습에서 프로페셔널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배려심이 좋은 일우 오빠는 아직 드라마 연기가 익숙하지 않은 저에게 늘 잘 맞춰주셨다. 제가 고민하고 있으면, 항상 물어봐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그러다 촬영 중 일우 오빠가 대상포진에 걸렸다. 단순한 포진이 아닐 정도로 심각했다. 그 상황에서 석고 대죄신을 찍었는데. 배우의 현재 상황을 아니까 너무 뭉클하더라. 드라마 보면서도 눈물이 났다. 그 때가 기억에 남는다. ”

“고아라씨 역시 발목 부상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 좋은 에너지로 임하는 모습을 모면서 감동 받았다. 인기 배우가 그냥 된 게 아니란 걸 더 알게 됐다. 진짜 멋있었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

■ 시련은 없어도 깨달음은 있었다..‘오디션’ 100번 본 배우

박지연은 공연 업계에서 이미 실력으로 정평 나있는 배우로, 2013년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신인상’,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 여우신인상을 휩쓸며 주목받았다.

이에 비해 드라마 쪽에선 ‘신인’이다. 2015년 ‘오 나의 귀신님’ 속 일탁이란 귀신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박지연은 “작품 수가 하나 둘 늘어 갈 때마다 발견들을 많이 한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이 더 눈에 들어온단다. 매체 연기를 위해 오디션을 100번 이상 봤다. 하지만 작품은 그에게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박지연은 “오디션 경험이 좋은 양분이 된 것 같다.” 며 “천천히 가고 싶다”고 했다.


“공연 시작한지 10년째인데 방송에서는 신인이다. 오디션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는 오디션을 지금까지 100번은 넘게 본 거 같다. 오디션을 100번, 아니 200번 넘게 봤다는 배우를 보면 안 믿었다. 저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어떻게 오디션을 100번을 봤지?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



“오디션을 보면서 소중하고 감사하게 얻은 기회를 경험하게 되니 더 겸손해지는 것 같다. 지금을 잘 살아야 10년 뒤에 진짜 잘 살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어렸을 때는 교만하게도 ‘내가 잘 해서 되는구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된지 얼마 안 됐다. (뮤지컬 무대에서)왜 이렇게 내가 과분하게 좋은 기회를 얻었을까. 생각해보니 좋은 사람을 만났던 거다. 인복이 있었다.”

평범한 집안에서, 큰 시련 없이 평범한 성장기를 거친 박지연은 “누군가는 큰 사고 없이 자라왔다고 보기도 하는데, 친구가 많이 없어서 외로웠던 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친구들은 있지만 가장 친한 친구는 없었다. 평범함 속에 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박지연이 유일하게 칭찬을 받을 땐 남들 앞에서 노래를 할 때였다. 그래서 노래를 애정하고 뮤지컬 배우의 길로 가게 됐다. 앙상블 경험도 없이 2010년 뮤지컬 ‘맘마미아!’의 주인공 소피 역을 거머쥐게 됐다. 그렇게 연기를 업으로 삼게 됐다. 2019년은 그가 뮤지컬 배우가 된 지 9년째이다.



■ ‘행운의 여신’과 함께한 20대를 지나

그는 ‘행운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온다’고 했다.

“제가 정말 이렇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될지 몰랐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를 진학하긴 했지만, 제가 배우의 길을 갈 거란 생각은 못했다. ‘맘마미아!’의 소피로 바로 발탁 된 건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앙상블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춤 실력이 안됐다. 솔직히 말해 춤을 못 춰서 소피가 된거다. 항상 행운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더라. 간절히 원해도 그게 이뤄지지 않을 때도 많고 되게 우연치 않게 행운이 온다. 그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88년 생으로 30대 초반인 박지연은 “제가 생각하는 전성기는 지금부터이면 좋겠다”는 말을 털어놨다. 20대엔 행운의 여신이 도왔다면, 30대엔 스스로 노력해서 자신의 발판을 천천히 닦아가겠다는 각오다.

“딱 30대가 되고 나니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지더라. 지금까진 운이 좋았다는 걸. 난 좀 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말이다. 20대에 제가 누렸던 것들이 제 노력이 비해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지금부터는 제가 노력해야 하는 시간들이 남아있다. 배우로서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고자 한다. 매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기억에 남는 배우,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 ‘정리의 여신’은 나의 꿈, 나의 행복

자취 6년차인 박지연의 취미는 ‘청소’와 ‘정리’이다. 애독하는 책은 정리의 여신, 곤도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이다. 작품을 끝내고 휴식기엔 오로지 집안에 있으면서 청소하고 또 청소를 한다고 했다. ‘희열’을 느낄 정도라고 하니 그가 얼마나 청소와 정리를 좋아하는지 알만하다.

“집에 있는 시간엔 냉장고, 가구 정리등에 몰두한다.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옷장도 다 뒤집어서 정리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다양한 옷을 좋아하지 않는다. 입는 것만 입는 편이다. 지금이 제일 행복한 시기다. 가정 주부가 된다면 잘 할 자신이 있다.”

박지연의 새로운 꿈이 생겼다. ‘정리 자격증’이 있다는 정보를 뒤늦게 안 박지연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났다. “빨리 관련 정보를 서치해서, 자격증을 준비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그의 목소리에서 결연한 의지까지 느껴졌다.

20대엔 ‘행운의 여신’이 박지연과 함께했다면, 30대엔 ‘정리의 여신’이 함께 할 듯 싶었다. 다음 인터뷰에선, 배우 최초로 ‘정리 자격증’을 딴 뒤 합격 스토리를 들려주지 않을까 싶다.

[사진=에잇디크리에이티브]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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