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반도체값 속절없는 추락] 反화웨이 지속에…수요 회복 또 늦춰져

스마트폰 출하량 1억대 축소 전망

거래중단 마이크론 물량 풀리면

단기적으로 공급과잉 불가피

메모리값 심하게 요동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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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반도체 기업이 궤멸적 타격을 입을 때만 해도 반사이익을 내심 기대했다. 지난해 4·4분기부터 올 4월까지 서버용 D램 업체 푸젠진화의 사업 철수, 5G(5세대) 칩을 공동 개발해왔던 인텔과 칭화유니의 결별, 퀄컴과 중국의 조인트벤처인 HXT반도체 해체 등의 소식은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의 야심이 꺾이고 있는 증표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서버 재고의 소진과 계절적 수요 증가로 메모리 수요 회복이 점쳐지는 하반기에 국내 메모리 업체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침체라는 수요 측면의 실(失)보다 후발주자 견제로 공급 측면의 득(得)이 더 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반(反) 화웨이 전선에 인텔·퀄컴·구글·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은 물론 반도체 설계 자산 업체인 영국의 ARM 등이 속속 합류하면서 화웨이가 제대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의문마저 제기되는 지경까지 왔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출하량 세계 2위이자 서버 제품 출하량 세계 4위인 ‘메이저 고객’ 화웨이의 타격은 메모리 업체에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다. 시장 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가 메모리 가격의 올 하반기 낙폭을 3·4분기 애초 10%(직전 분기 대비)에서 최대 15%로, 4·4분기는 2~5%에서 10%로 각각 조정한 것은 이런 바뀐 시장 환경을 반영한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미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타격으로 올해 출하량이 애초 2억5,000만대에서 1억5,000만대 수준으로 1억대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체 매출의 51%에 이르는 해외 사업에서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의 업데이트는 물론 구글플레이에서 애플리케이션이 제공되지 않아 해외에서 소비자 외면이 불가피한데다 ARM과의 거래 중단으로 칩 설계도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이 경우 화웨이 매출 비중이 삼성전자(5%, 증권사 추정)의 두 배인 10%에 이르는 SK하이닉스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화웨이가 타격을 받아도 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기업을 비롯해 다른 스마트폰 업체가 빈자리를 메워주면 된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도 중국에서 불매 운동으로 판매 하락이 예상되고 격화되고 있는 무역분쟁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초래하면서 휴대폰의 교체 주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 실제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14억8,000만대 규모로 전년(15억대)보다 1%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카운터포인트리서치)이 나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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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시장 불확실성이 부담이다. 마이크론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으면서 그 물량이 시장에 풀리는 만큼 공급 과잉이 빚어질 수 있다. 마이크론의 화웨이 매출은 전체의 13%라 만만치 않은 물량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으로서는 화웨이 대체 고객 찾기에 나설 것이고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런 어수선한 시장 상황 때문에 통상 성수기인 하반기에도 두자릿수에 해당하는 메모리 가격 하락을 점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도 악재다. 최근 호주가 기준금리를 낮춘 데 이어 경제 상황이 좋다는 미국도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할 만큼 글로벌 경기가 악화일로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서버 투자 등이 하반기에서 더 뒤로 밀릴 수 있다. D램익스체인지가 “하반기 D램 가격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하게 요동칠 것”이라며 “공급 제한과 올해 최저점 등을 감안해 2020년에야 반등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를 보면 비즈니스 불확실성이 더 크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마이크론에 줬던 물량을 삼성과 하이닉스가 일부 가져갈 가능성이 나온다. 여기에 화웨이 외에 다른 중국 업체들도 마이크론과의 거래를 줄이고 한국 메모리 업체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 업체의 반화웨이 전선 동참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런 중국향 물량을 흡수할 수 있을지, 또 마이크론 물량이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쏟아진다는 점에서 우리 업체들도 전반적인 수요 하락 속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강하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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