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시그널]일상신호로 읽는 격변의 세계경제

■피파 맘그렌 지음, 한빛비즈 펴냄




2009년 6월 패션잡지 ‘보그’는 당대 세계 최고의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의 전라 모습을 영국판 표지로 썼다. 어째 이상하지 않은가. 세계 패션을 선도하는 잡지가, 가장 중요한 표지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패션도 담지 않았다.

경제학자이자 조지 W.부시 대통령 정부에서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낸 피마 맘그렌은 천 쪼가리 하나 내비치지 않은 ‘보그’의 표지는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한 감지와 반영’이라고 파악했다. 게다가 모델 보디아노바는 세 아이의 엄마다. 이는 경기 악화로 구매력을 상실한 젊은 소비자들 대신 실질 구매력이 있는 엄마들이 패션산업의 주 고객층으로 바뀐다는 것까지 내다볼 수 있는 ‘신호’였다.


맘그렌의 저서 ‘시그널’은 이 같은 일상적 신호로 격변기 세계 경제를 헤쳐나가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보통은 세계 경제에 가장 무심한 사람들이 세계 경제의 요동에 가장 호되게 고통을 받는다”는 동시에 “세계 경제에 가장 깊은 관심을 내보이는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반복한다”면서 굵직한 경제 사건의 조짐을 번번이 놓치기만 한 전문가들을 꾸짖으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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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먹던 초콜릿 바가 손가락 한마디 정도 줄어든 것 같다거나, 포테이토 칩과 시리얼 상자가 묘하게 가벼워진 것 같다면 이를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가격을 올린 게 최근의 일인데 갑자기 참치캔을 ‘반값세일’하고 있다면 이유는 분명하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경제학이라고 하면 수·알고리즘,수리 모델 등 고도의 기술적이고 계량적인 주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지만 책은 많은 경제전문가가 수학적 방법론 등으로 외눈박이처럼 세상을 잘못 보고 오판하는 것을 매섭게 지적한다. 대신 스토리, 일화, 서사, 전체 상황 등 수학적 계량화가 불가능한 신호를 포착해 함께 살펴야 격변의 세계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관찰력을 유지하며 상식과 인격만 기른다면 경제학 학위와는 상관없이 세계경제 속에서 생존 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1만9,5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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