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평범하고 담담한 표정의 얼굴 공개됐지만…더 커지는 '고유정 사건 미스터리'(종합)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를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이미 전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증거는 다수 파악한 상태지만 신장이 180㎝에 달하는 건장한 남성을 어떻게 살해했고 또 시신을 어떤 경로를 통해 옮겼는지 등에 대한 파악은 아직 못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사건이 발생하기 3달 전 충북 청주에서 네 살배기 의붓아들이 숨졌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고씨를 둘러싼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8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씨의 압수품에서 피해자 혈흔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독물 검사를 의뢰한 결과 ‘아무런 반응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경찰은 고씨가 지난달 25일 펜션에 함께 입실한 전 남편 강씨를 약독물을 사용해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160cm에 불과한 고씨가 건장한 체격을 가진 강씨를 물리력으로는 제압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경찰은 판단이다.

강씨를 만나기 전 고씨가 ‘니코틴 치사량’, ‘살인 도구’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미리 흉기를 준비한 점도 이같은 경찰의 추정에 힘을 보탠 정황이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 피해자의 혈흔에서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씨의 범행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씨의 범행 동기 역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고씨는 경찰에서 “우발적으로 남편을 죽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씨는 2년 전 강씨와 협의 이혼했다. 성격 차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6살로 제주도에 있는 고씨의 친정에서 외할머니와 살고 있다. 강씨는 최근까지 아들 양육비를 꼬박꼬박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최근 면접교섭 재판을 신청해 2년 만에 아들을 만날 기회를 가졌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강씨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25일 오후 5시 사건이 발생한 펜션에 들어간 것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범행 이튿날 고씨는 펜션을 나와 아들을 친정 집에 데려다준 뒤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27일 낮 12시쯤 커다란 가방 2개를 끌고 펜션을 홀로 빠져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고씨는 배를 타고 제주에서 완도로, 그리고 서울과 김포 등을 거쳐 지난달 31일 오전 청주로 돌아왔다.

강씨의 가족들은 지난달 27일 오후 6시쯤 경찰에 신고를 했다. 고씨는 강씨가 펜션 도착 당일 나갔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고씨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 수색한 결과 범행 도구인 흉기와 톱 등이 확인돼 경찰은 고씨를 긴급 체포했다. 고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범행 현장인 펜션 욕실과 부엌, 거실 등에선 A씨 혈흔 여러 개가 발견됐다. 고씨는 A씨가 가해하려 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계획 범죄’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경찰은 고씨가 강씨 시신을 손괴해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가 탑승한 여객선 내 CCTV서 고씨가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항로를 중심으로 수색 중이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고씨의 얼굴은 7일 오후 5시쯤 공개됐다.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다 얼굴이 포착됐다. 검은색 니트 상의에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던 고씨는 머리를 묶고 있었다. 오른손은 범행 당시 입은 상처로 흰색 붕대를 감고 있었다.

현재 경찰은 고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프로파일러 5명을 투입한 상태다. 고씨는 지난 4일 제주지법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식사량이 줄고 잠을 잘 못 이루는 등 심경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