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평야, 해안이 모두 가까이 있어 다양한 식재료를 조달하기 쉬운 전주는 ‘맛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최초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전주는 각종 맛집과 한옥마을이라는 관광지로 지난 2016년부터 해마다 관광객 1,000만명을 끌어들이고 있다. 2010년 전주시가 본격 개발에 나선 뒤 지나친 상업화와 정체성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숙박 등 각종 시설이 편리하게 갖춰진 점은 여전히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왕복 500㎞에 달하는 장거리 드라이브를 위해 선택한 차량은 기아자동차의 ‘스팅어’다. 스팅어는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그랜드 투어링(GT)’ 콘셉트를 강조해 출시됐다. 실제 뒷좌석을 포함한 차량 내부가 널찍한 느낌을 줬다. 조수석은 평균 신장의 성인 여성이 발을 뻗고 앉을 수 있을 정도였다. 트렁크 공간도 골프 백 서너 개가 넉넉하게 들어갈 만큼 여유로웠다.
스팅어의 3.3 트윈터보 GDi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데(제로백) 4.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실제 고속도로 주행 중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보니 2초 정도면 시속 100㎞ 이상으로 가속돼 운전하는 재미가 컸다. 차가 거의 없는 도로를 질주할 때는 ‘찌르는 것, 쏘는 것’을 뜻하는 스팅어 이름의 의미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고속으로 달려도 차량 내부에 소음이 없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너무 조용해서 무의식 중에 도로 최고 주행속도를 오갈 정도였다. 실제 2020년형 스팅어는 전 모델에 ‘윈드쉴드 차음글라스’로 풍절음을 완전히 차단했다. 고속 주행 중에도 승차감은 안정적이었다.
앞유리에 보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눈에 띄었다. 주행 속도와 다음 주행 방향 등을 운전석 앞유리에 이미지 형태로 표시해주니 계기판이나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기 위해 굳이 눈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 여기에 내비게이션의 꼼꼼한 음성 안내로 여러 진입로가 있을 때에도 편리하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논산천안고속도로를 타고 공주시 웅진대교를 건너는데 갑자기 정체가 시작됐다. 도로 보수공사로 한쪽 차로 전체를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데 오토홀드 기능이 작동했다. 3~4초간 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면 엔진이 일시 정지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브레이크를 떼면 바로 주행이 가능해 편리했다. 시내에서 같은 기능이 작동할 때는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뀔 때쯤 주행 모드로 바뀌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커브 길에서 속도를 내다가 핸들을 급하게 꺾으니 ‘삐비빅’하는 소리가 났다.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시스템이 작동해 차선을 밟았음을 알려준 것이다. 때때로 방향지시등 켜는 것을 잊은 채 차선 변경을 할 경우에도 같은 소리가 났다.
한옥마을에 도착해서는 한참 길을 헤맸다. 일방통행 차로가 많아 길을 들어섰다가 방향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후진하는데 ‘삐빅 삐빅’ 소리가 나서 뒤를 보니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관광객이 많은 한옥마을에서도 보행자 감지 시스템이 작동해 보다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주차할 때는 차량 주변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의 도움을 받았다. 후진 기어를 넣으면 핸들 방향에 따라 어느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지까지 보여줘 주차가 편리했다.
뛰어난 가속력과 함께 붉은 색상의 눈에 띄는 외관도 장거리 운전의 즐거움을 더했다. 실내에도 붉은 가죽을 적용했지만 어색함이 없었다. 다만 조수석 앞쪽은 화려한 에어컨 바람 구멍과 대비돼 다소 허전한 느낌을 줬다.
운전석 위치를 세팅할 수 있는 기능은 편리했다. 나에게 맞는 핸들과의 거리와 운전석 각도 등을 설정해 저장해 놓으면 다른 사람이 운전한 뒤 버튼 하나만 눌러도 원래 자리를 찾아줬다. 인포테인먼트 사운드 면에서는 우퍼로 느껴지는 강력한 저음부가 인상적이었다. 굳이 이퀄라이저로 저음부를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한 저음이 구현됐다.
/전주=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