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저가 LCD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점유율(출하량 기준) 선두로 올라섰다. 게다가 공격적인 투자로 기술격차까지 줄이면서 한국의 ‘아성’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세계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의 매출은 총 144억9,200만달러(약 17조2,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57억7,400만달러)보다 8.1%나 감소했다. 출하량도 1억8,288만개에 그치면서 1년 전(1억8,309만개)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TV 패널을 중심으로 한 공급 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이 글로벌 시장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출하량 기준으로 대만(33.4%→32.1%)과 한국(27.9%→26.1%), 일본(5.7%→4.6%) 등은 일제히 점유율이 떨어진 가운데 중국 업체들은 ‘나홀로 성장세’를 보였다. 올 1분기 중국 업체들의 패널 공급량은 6,799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6,044만개)보다 12.5%나 늘었다. 이로써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을 33.0%에서 37.2%로 높이며 선두로 올라섰다.
매출 기준으로도 중국 업체는 1년 전보다 17.7%나 늘어난 45억8,400만달러를 기록하며 주요 생산국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54억1,500만달러)에는 못 미쳤지만 대만(37억700만달러)을 제치며 2위로 올라섰다.
업체별로는 중국 BOE가 출하량 4,442만개(점유율 24.3%)로, LG디스플레이(3,427만개·18.7%)를 크게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 3분기에 처음 선두에 올라선 뒤 올들어 LG디스플레이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대만 이노룩스와 AUO가 각각 점유율 15.6%와 15.1%로 그 뒤를 이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7.3%에 그쳤다.
매출 기준으로는 LG디스플레이가 38억7,930만달러(26.8%)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BOE 27억9,780만달러(19.3%) △AUO 18억5,530만달러(12.8%) △이노룩스 17억7,060만달러(12.2%) △삼성디스플레이 15억3,580만달러(10.6%) 등이었다. IHS마킷은 보고서에서 “최근 BOE, CSOT 등 중국의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10.5세대 LCD 생산라인 가동을 본격화하고 있어 앞으로 글로벌 점유율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TV·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과 LG가 ‘글로벌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공격적인 투자로 기술 격차까지 줄이고 있어 조만간 추월을 허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