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래방은 되고 PC방은 안된다?"...학교앞 유해시설 막는 기준은

재판부, “학교 부근 PC방 영업 불허 타당"

청소년이 노래방, 당구장 이용하는 횟수 및 형태와 PC방 이용은 달라

의정부 교육지원청, 지난해 관할 심의위원회서 'PC방' 업종 영업 불허 결정

전국적으로 계속되는 영업 허가 관련 논쟁...정확한 판결 기준 모호

하교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연합뉴스하교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연합뉴스



노래방과 당구장, 술집 등이 있는 학교 인근 거리에서 PC방 영업 불허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교육환경보호구역의 영업 금지 업소 규정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부(한창훈 부장판사)는 A씨가 의정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금지행위·시설 해제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앞서 A씨는 약 200m 거리 내에 중학교 1곳과 초등학교 2곳이 있는 상가 건물에서 PC방을 운영하겠다며 교육 당국의 허가를 구했다. 하지만 허가를 거부당했고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거리에 이미 노래방·당구장 등이 운영되고 있는 점, PC방이 청소년의 여가장소로 활용되는 효과가 있는 점을 들어 교육당국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진행한 2심 재판부는 1심의 근거를 인정하더라도 학교 인근 PC방 영업은 불허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재판부는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PC방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비행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당구장, 노래방, 술집 등을 이용하는 횟수나 이용 형태와 PC방을 이용하는 횟수나 이용 형태는 매우 다르다”며 “교육환경의 측면에서 다른 업소들과 PC방이 미치는 영향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래방과 주점, 당구장 등이 영업 중인 지역이라도 학교 부근이라는 이유로 교육 당국이 PC방 영업을 불허한 처분은 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연합뉴스노래방과 주점, 당구장 등이 영업 중인 지역이라도 학교 부근이라는 이유로 교육 당국이 PC방 영업을 불허한 처분은 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연합뉴스


1심과 2심에서 다른 결정이 나오자 재판부의 판결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PC방에서 금품갈취, 폭행 등 비행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역시 재판부가 PC방을 청소년 유해 업소로 낙인찍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교육환경보호구역의 설정 등)에 따르면 교육환경보호 구역은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하여 학교경계 또는 학교설립예정지 경계(이하 “학교경계등”)로부터 직선거리 200미터의 범위 안의 지역을 지칭한다. 이는 학생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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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교육환경법 제9조에 따라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하여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는 일부 행위 및 시설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제14호부터 제29호까지에 규정된 행위 및 시설 중 교육감이나 교육감이 위임한 자가 지역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습과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는 행위 및 시설은 제외한다. PC방은 이에 해당하는 제19호 게임제공업,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 및 복합유통게임제공업에 분류된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 관계자는 “PC방의 경우 관련 법률에 의거해 지역 위원회 및 교육지원청의 자체 심의 과정에 따라 허가가 결정된다”며 “노래방, 당구장 등도 모두 이와 동일한 법률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교육환경 보호 지역에서 PC방을 포함한 일부 시설의 영업은 지역 심의위원회의 결정과 상황에 따라 허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정부 교육지원청 학생건강지원팀 관계자는 “지난해 지역 관할 심의위원회에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PC방 운영은 심의위원들의 결정에 따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최근 보호구역에서의 PC방 영업은 거의 불허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노래방 등 가게들이 위치한 길거리 모습. /이희조 기자노래방 등 가게들이 위치한 길거리 모습. /이희조 기자


의정부 사례의 경우 교육지원청 관할 지역 내 규정이 이미 명확한 상태이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관할 심의위원회에 따라 판단하는 청소년 유해시설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매번 허가 관련 논쟁이 반복된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김용철)는 서울 관악구에서 만화대여업소를 운영하는 A씨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시설 금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가 운영하는 만화카페는 개방적이고 쾌적한 환경이며 일반적인 편견 속 이미지와 달라 범죄의 온상이 될 우려가 크지 않다는 근거를 들었다. 운영하는 업소 환경을 토대로 청소년 범죄 발생 가능성을 평가한 것이다.

교육환경 보호구역에서의 유해 업소 판단 기준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한국교육개발원은 “청소년 유해환경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정되며 유해성에 대한 판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2016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 유해 인식도 조사연구’를 통해 밝혔다. /김민주 인턴기자 min0704@sedaily.com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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