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전 추가비용 쏙 뺀 포퓰리즘 정책…주주 기만행위"

[성토장 된 전기료 누진제 공청회]

시행땐 한전 부담 최대 2,985억

"경영진 배임죄 고발할 것" 반발

여름 누진제 폐지 찬반도 '팽팽'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를 위한 대국민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를 위한 대국민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누진제 개편안을 밀어붙일 명분을 쌓으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누진제 개편을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는 정부와 한국전력 주주 등 간 갈등이 폭발했다. 공청회 시작 30여분 전부터 ‘한전소액주주행동’ 회원 7명은 공청회장 입구에 진을 치고 ‘한전 적자 강요하는 산업부는 무능 부처’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패널 토론 중에도 주주를 포함한 일부 참석자들이 “전기요금 인하는 포퓰리즘 정책이자 주주를 기만하는 행위”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고 있는 한전에 또다시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고함치는 바람에 공청회가 몇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정한경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개편안에 따라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면 누군가는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며 “각자가 사용한 만큼 요금을 부담하게 하는 게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누진제 완화를 통해 여름철 전기료 부담을 덜겠다고 하면서도 맞물려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정부가 내놓은 세 가지 누진제 개편안이 시행되면 한전 부담이 많게는 2,985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전기료 개편 문제를 전 세계 투자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며 한전에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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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비용에 대한 논의 없이 한전이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한전이 적자를 회수하는 방안을 모색하려 해도 정부가 이를 막고 있다”며 “(한전이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하면)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소리쳤다. 패널 토론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한전의 적자가 자체 경영으로 극복 가능한지 혹은 국민 세금으로 만회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개한 복수의 개편안을 두고 패널과 참석자 간 이견도 감지됐다. 패널들은 대체로 현행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여름에만 누진 구간을 완화하는 안을 선호했다. 김진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해당 안을 채택하면 할인 적용을 받는 가구 수가 많고 지난해 시행했던 할인 제도를 상시화하는 것이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 참석자는 “(누진제 완화로) 저소득층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전기를 꼭 적게 쓰지는 않는다”며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요금을 부담하게 하는 게 국민 정서에 보다 가깝다”고 반박했다. 한전에 따르면 전날 오후6시까지 온라인으로 의견수렴을 한 결과 누진제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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