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랜차이즈 업계에 미국 시장은 넘기 힘든 ‘산’이다. 지난해 뚜레쥬르가 미국 진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을 정도로 척박하다. 토종 대형 프랜차이즈마저 시행착오를 겪는 미국 가맹점 시장에서 한국인 이민자가 세운 덮밥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미국 덮밥 전문점 ‘와바그릴’의 함우석(사진) 공동대표는 “사업을 구상하는 첫 단계부터 한인 교포가 아닌 미국 시장을 바라보고 입지·메뉴 등을 선정했다”며 “성공적인 가맹 사업을 위해서는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와바그릴은 1982년 미국 유학을 떠난 함 대표를 비롯해 외식 사업에 관심이 많던 에릭 리, 카일 리가 2006년 선보인 브랜드다. 이들 공동대표 세 명은 와바그릴의 타깃을 현지인으로 정하고 한인 거주 지역을 벗어난 곳에 문을 열었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와바그릴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200여개까지 매장을 늘렸다. 지난해 매출은 초창기보다 56배 성장한 1억4,000만달러(약 1,650억원), 영업이익은 180만달러(약 20억원)를 기록했다.
성공 비결은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트렌드를 제대로 짚은 데 있다.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치킨덮밥의 경우 개당 7달러인데 껍데기와 뼈가 없는 순살만 사용하며 튀기지 않고 구워내 기름기를 제거했다. 소고기도 리브아이 스테이크를 사용해 패스트푸드점이면서도 품질은 ‘다이닝 퀄리티’를 추구한다. 또 적은 메뉴가 특징적인 햄버거 브랜드 ‘인앤아웃’처럼 치킨덮밥·소고기덮밥·연어덮밥·새우덮밥 등 네 가지 메뉴를 내세워 소비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왔다.
고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5년여 전까지만 해도 매일 가맹점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요리를 하는 등 매장 관리에 힘썼다. 계기판에 찍힌 하루 주행거리만 320㎞에 달했다. 와바그릴은 최근 배달 수요를 겨냥해 미국 배달 애플리케이션 ‘도어 대시’와 전속 계약을 맺고 신선한 메뉴를 집 앞까지 배송한다. 함 대표는 “피자 배달 위주였던 미국 시장에도 최근 배달 시스템이 도입돼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소비자의 반응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 사업 운영을 원활하게 했다. 캘리포니아주 프랜차이즈법 공인 전문 변호사인 김성호 변호사와 사업 초기부터 함께하며 일반인이 놓치기 쉬운 법률적인 부분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표권을 우선 확보하고 라이선스나 판매회사 개념이 아닌 가맹 사업으로 등록하는 기본을 지켜야 한다”며 “또 미국에서는 10년의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사가 어려워져 철수해야 하는 과정에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 소송을 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경영진이 초과근로(오버타임)에 대해 규정을 엄격히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직원들을 대할 때 성희롱적 발언을 해도 무마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성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