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값이면 다홍 치마’라는 오랜 속담이 그릇된 선택이 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화장품 용기 시장이다. 내용물을 2중·3중으로 여러 겹 싸고 용기 겉면에 색색의 코팅을 얹힌 용기는 화려할수록 환경에는 독이 되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용기 시장은 연간 365억3,000만 달러(2017년 기준)에 달하며 향후 5년간 매년 5%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비율이 58%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친환경 용기사용, 플라스틱사용 저감 등의 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인식이 높은 EU는 오는 2030년까지 화장품 용기를 포함해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독일, 프랑스에서는 2023년에는 생분해성 용기와 같은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 수요가 일반 플라스틱보다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걸음마를 뗀 단계다. 국내 화장품 용기 시장은 9,878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앞으로 5년간 6% 수준의 성장률을 나타낼 전망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 용기의 소재는 크게 PCR((Post-Consumer Recycled)과 PLA(Poly Lactic Acid )로 나뉜다. PCR은 기존 페트병의 생산 과정에서 특수 공정을 거쳐 원료 형태를 바꾼 후 다시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 친환경 수지다. PLA는 옥수수 전분 가루를 활용해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300년 걸리는 기존 플라스틱의 분해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지난 2015년부터 생분해 플라스틱병을 생산해온 배민준 오비탈 대표는 “이들 두 원료 모두 기존 합성수지에 비해 30~50% 가량 원가가 비싸다”며 “친환경이라는 장점을 아무리 알려도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제품 생산과정부터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는 글자를 용기에 직접 인쇄하는 방식에서 라벨을 붙여 사용 후 재활용이 쉽도록 하고 있고 이 라벨 역시 물에 담그면 쉽게 떨어지는 ‘수(水)라벨’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화장품 원료를 친환경 용기와 궁합이 잘 맞는 자연에서 찾은 추출물 위주로 선택해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용기가 다수를 차지하는 선진국에 비해 국내의 이 같은 노력이 시작 단계에 불과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생분해 플라스틱 등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인식이 필요하다”며 “고급스러움이 부족하더라도 분리수거를 통한 재활용률을 높여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