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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의 똑똑!일본]고민을 말하려고 사람을 빌렸다

⑩ 일본의 독특한 사람 렌탈 서비스
재능 갖춘 ‘중년 아저씨 대여’ 서비스부터
인원수 채우기, 노래 들어주기 등 필요시
‘있어만 주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렌탈도
“모르는 사람이라 편하게 부탁, 위로받아”
‘창업아이템’ vs ‘삭막한 시대’ 평가 엇갈려

  • 송주희 기자
  • 2019-06-18 13:30:01
  • 기획·연재
[송주희의 똑똑!일본]고민을 말하려고 사람을 빌렸다
중년 아저씨를 대여해주는 ‘옷상 렌탈’ 서비스의 홈페이지. 다양한 이력의 아저씨들이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처럼 게시돼 있다. 대여가 많은 아저씨에는 ‘인기’, ‘HOT’이라는 표시가, 새로 등록된 아저씨는 ‘NEW’, ‘신상품’ 등의 문구가 붙는다./옷상 렌탈 홈페이지 캡처

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고 빌려 쓰는 ‘공유 경제’는 일본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된 공유 대상은 옷, 가방, 전자제품, 자동차 등이다. 그러나 조금 독특한 렌탈 상품이 있으니 바로 ‘사람’이다.

‘옷상(아저씨를 의미하는 일본어 오지상의 줄임말) 렌탈’은 일본의 대표적인 사람 대여 서비스다. 2013년 영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1시간에 평균 1,000엔 수준의 돈을 받고 중년 아저씨를 빌려준다. 옷상 렌탈의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경력의 아저씨들이 사진과 함께 쇼핑몰의 상품처럼 게시돼 있다. ‘대기업 간부였던 아저씨’, ‘30대가 곧 끝나는 아저씨’, ‘걷는 것을 좋아하는 아저씨’, ‘꾸준히 실패해 온 아저씨’, ‘아이를 잘 돌보는 아저씨’, ‘도쿄대를 졸업한 노래를 좋아하는 게이 아저씨’… 개개인의 사진을 클릭하면 아저씨의 이력과 렌탈 시 가능한 의뢰(식사, 카페, 드라이브, 영화 감상, 상담 등) 수준, 가격 등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송주희의 똑똑!일본]고민을 말하려고 사람을 빌렸다
중년 아저씨를 대여해주는 ‘옷상 렌탈’ 서비스의 홈페이지. 특정 아저씨를 클릭하면 비용과 아저씨의 약력과 제공 가능한 서비스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옷상 렌탈 홈페이지 캡처

매대(?)에 오른 아저씨들의 상당수는 전직 기업 임원, 음악가, 과학자 등 전문 분야의 전·현직 종사자다. 고객이 마음에 드는 아저씨를 선택하면 며칠 이내에 아저씨로부터 이메일 연락이 가며 구매가 성사된다. 아저씨에게는 고객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만 전달된다. 업체는 깐깐한 면접을 거쳐 상품(?)을 게시하고, 고객으로부터 일정 횟수 이상 불만이 접수된 아저씨는 활동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독특한 서비스는 작가인 니시모토 타카노부가 2012년 1시간에 1,000엔으로 자신을 판매하는 독자 서비스를 시작한 게 계기가 됐고, 이듬해 공식 온라인 사이트가 문을 열었다. 업체 CEO인 니시모토 타카노부도 물론 이 옷상 렌탈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송주희의 똑똑!일본]고민을 말하려고 사람을 빌렸다
35세 청년인 모리모토 쇼지씨가 지난해 6월 트위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서비스를 시작하며 올린 글. 혼자서 들어가기 힘든 가게에 갈 때, 게임 때 인원 맞추기 등 ‘단지 한명의 인간의 존재가 필요한 곳에 이용해달라’는 내용이다./트위터 캡처

최근 또 다른 ‘사람 렌탈 서비스’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른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대여’다. 지난해 6월 30대 청년인 모리모토 쇼지가 시작한 이 서비스는 ‘단지 그곳에 있어줄 뿐’이라는 콘셉트로 입소문을 탔다. 혼자 가기 힘든 가게에 가고 싶을 때, 게임 인원수를 맞출 때, 꽃구경 거리를 함께 걸을 누군가가 필요할 때 등 ‘단지 1명의 인간이 필요한 곳에 이용해 달라’는 SNS 글로 사업을 시작한 모리모토 쇼지. 그는 의뢰인과 함께 가는 식당에서 지출해야 하는 음식료비, 그리고 이동에 필요한 교통비만 받을 뿐 다른 서비스 비용은 일절 요구하지 않는다. ‘렌탈 비용 무료’인 셈이다. 생소한 서비스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한 일본인들의 문의가 잇따르며 올해만 의뢰인이 1,000명을 넘어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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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모토 쇼지씨가 고객과 함께 노래방에 가 고객의 흉내내기 연습을 봐주고 있다./아사히 TV 캡처

이 사람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역설적이게도 ‘모르는 사람이 편안함을 준다’고 말한다. 낯선 사람이기에 고민을 털어놓거나 혼자 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함께 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재능으로 다른 이들에게 물리적 또는 심리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사람 렌탈을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가치관의 변화가 불러온 새로운 서비스’라고만 이야기하기엔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타인과의 거리감’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는 세상. 그 외로움과 삭막함을 이미 알고 있어서는 아닐까.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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