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팀이 학교 주변의 교통량이 많은 도로변의 어린이 놀이터 14곳의 먼지·토양 샘플을 수집해 발암물질 벤조피렌 등 총 16종의 ‘다환(多環) 방향족 탄화수소(PAHs)’ 농도를 측정하고 발암 위해도를 평가한 결과다.
19일 연구팀에 따르면 바닥을 충격흡수용 고무 칩·매트로 포장한 놀이터의 먼지·토양에서 검출된 PAHs의 평균 농도는 18.1㎍/g으로 모래 놀이터(4.18㎍/g)의 4.3배였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PAHs 노출에 따른 건강위험 확률을 평가했더니 고무 표층 놀이터의 발암 위해도는 모래 놀이터의 10.2배나 됐다. 놀이터 표층의 토양과 먼지에 포함된 PAHs가 모두 체내로 흡수된다는 ‘최악의 조건’을 가정한 결과다. 노출기간과 토양에 대한 상대적 피부밀착계수가 평가의 가장 중요한 매개변수였다.
놀이터 14곳에서 검출된 벤조피렌·나프탈렌 등 16개 PAHs의 농도 합계는 놀이터에 따라 2.8~57.9㎍/g으로 편차가 컸다. 연구팀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자량 PAHs가 주로 차량 배기가스나 화석연료의 연소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분자량이 작은 PAHs는 자연환경에서 분해되지만 다른 원자와 결합하는 육각형 벤젠 고리 수가 증가해 분자량이 커지면 먼지 등에 흡착돼 오래 남아 있게 돼 인체로 유입될 위험이 커진다.
연구팀은 양쪽 모두 PAHs 노출의 70% 이상이 피부 접촉을 통해 이뤄져 위해도를 낮추려면 긴팔옷을 입고 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위해성만 평가한 것이며 발암 위험성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놀이터에서 검출된 PAHs의 위해성이 이 정도로 추정된다면 고무바닥을 걷어내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모래 바닥의 경우도 중금속 오염 등의 측면에서 또 다른 위해성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위해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지구화학과 건강(Environmental Geochemistry and Healt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놀이터 바닥 포장은 아래층(쿠션층)에 파쇄된 고무·폐타이어 칩을, 위층(마모층)에 색을 입힌 에틸렌 프로필렌 디엔 단량체 고무(EPDM)·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 칩 등을 2층으로 포장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도블록처럼 고무매트를 얹기도 한다.